'선택은 늘 거창한 것에서 시작하지 않아'
도인은 콧노래를 부르며 그로서리에 들어갔다. 계란이 떨어졌고, 우유도 없었고, 캐프리 간식도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카트를 밀고 들어가자 몸이 먼저 익숙한 동선으로 움직였다. 계란을 집고, 우유를 담고, 캐프리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찾으려는데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 매장은 늘 같은 듯하면서도 꼭 찾는 날이면, 물건 자리가 바뀌어 있었다.
세 번째로 치약 통로를 지나칠 때, 도인의 발이 멈췄다. 같은 사람이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손에는 치약 하나가 들려 있었는데, 고르려고 든 사람이라기보다 이미 오래전부터 들고 있었던 사람처럼 보였다. 다른 제품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 치약 하나만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다. 도인은 그냥 지나가려다가 다시 멈췄다. 이미 세 번째였다.
도인은 결국 말을 걸었다. 말을 꺼내는 방식은 자연스럽게 나왔지만, 사실은 조금 참다가 나온 쪽에 가까웠다. 무엇을 찾고 있느냐는 질문에 여자는 놀란 듯 고개를 들었고, 아주 당연한 대답을 했다. 치약을 찾고 있다는 말이었다.
도인은 잠깐 웃을 뻔했다가 참았다. 손에 들린 건 이미 치약이었다. 그래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혹시 성분을 모르셔서?”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다 읽어봤다고 했다. 도인은 잠깐 멈췄다. 그런데 묻기도 전에 여자가 먼저 치약을 들어 보이며, 색이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한쪽은 흰색과 녹색이 섞여 있고, 다른 쪽은 단색이라는 설명이었다.
“혹시 남자용이랑 여자용이 다를까요?”
“치약이요?”
“아니요, 색이요.” 도인은 잠시 멈췄다. “치약 색이요?”
“이건 흰색이랑 녹색이 섞여 있고 이건 단색이에요. 섞인 게 더 좋을까요?”
도인은 그 여자의 손에 들려있는 치약을 한 번 더 들여다봤다. 그리고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건 옅은 녹색인데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또 너무 단순해서요.”
도인은 천장을 봤다.
여자는 한참 치약 선반을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예전에 오래 지낸 곳에서는 치약이 하나뿐이었다고. 고를 필요가 없어서 오히려 편했다고. 그런데 돌아와 보니 달랐다. 이를 희게 하는 것, 잇몸에 좋다는 것, 민트가 강하다는 것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 앞에서 서면 자꾸 멈추게 된다고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