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등짝 스매싱

"야! 이거 된다"

by교주

준치는 바카라상 서랍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가, 결국 안쪽에 구겨진 냅킨을 꺼냈다. 냅킨 가운데쯤 떨어진 커피자국이 말라 있었다. 주변과는 다르게, 그 자리만 움푹 들어가 있었다. 다행히 숫자는 그대로 있었지만, 괜히 불안정해 보였다. 도인이 남기고 간 전화번호였다. 준치는 그걸 손끝으로 한 번 눌러보듯 펴서, 휴대폰 화면을 켰다.


숫자를 하나씩 옮겨 찍었다. 마지막 자리에서 멈췄다. 지웠다. 다시 찍었다. 다시 또 멈추었다. 괜히 손가락만 화면 위를 맴돌았다. 전화를 걸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닌데, 막상 버튼을 누르려니 그다음이 생각나지 않았다. 기억하고 계실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가, 손이 움직였다. 빠르게 버튼이 눌렸고 통화 연결음이 한번 끝나기도 전에 저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인 입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톤이었는데, 그 소릴 듣는 순간 준치의 목이 먼저 반응했다. “도사님!”


도인은 핸드폰 속 지도를 번갈아 보며 준치가 보낸 주소를 찾아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다. 문이 반쯤 열려있는 차고가 눈에 들어왔다. 준치의 작업실이다. 안에는 컴퓨터와 모니터, 여러 케이블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흘러내리고 있었다. 바닥에는 작은 부품들과 메모지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고, 바카라상 위에는 마시다 만 컵들이 몇 개 놓여 있었다. 그 사이에 앉아 있는 준치는 조금 생각보다 꺼칠해 보였지만 눈망울은 전보다 또렷했다.

그 한가운데에 준치가 앉아 있었다.


“오셨어요.” 준치의 목소리가 조금 높았다. 준치는 말을 이어가려다가 목에 한번 걸린 듯 캑캑대다 겨우 이어갔다. “저… 그때 도사님 말 듣고, 결정했어요. 의대… 일단 멈췄어요.” 담담한 듯했지만, 중간중간 호흡이 자꾸 흔들렸다. 그걸 감출 수 없는 준치는 도인을 쳐다보고 씽긋이 웃었다.


도인은 안쪽으로 몇 걸음 더 들어가며 주변을 한 번 훑고 나서 짧게 말했다. “빠르네.” 도인의 말에는 놀람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도인은 두 팔을 머리 위로 들고 소리 나지 않게 박수를 쳤다. 준치는 신이 난 목소리로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하나 만들어봤어요.” 잠깐 멈췄다가 덧붙였다. “부모 눈치 번역기요.”


“뭐?”


“여기요.” 눈은 벌써 화면을 들여다보며 손을 흔들어 도인을 불렀다. “이게 1차 버전이에요.” 도인은 고개를 쭈욱 빼서 화면으로 가져갔다. 화면에는 간단한 인터페이스가 떠 있었다.


<녹음> <재생> 그리고 아래쪽에는 작은 <텍스트 창>.


준치는 빠르고 평소보다 높은 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이게요… 목소리를 넣으면 눈치를 읽어줘요” 슬며시 눈을 껌뻑이며 “눈치요, 눈치기계” 준치가 화면을 톡톡 두드렸다. “사람대신 엄마 눈치를요.” 손을 열심히 허공을 저으며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이게 주 핵심이에요..” 준치는 잠시 숨을 들이켰다. “그 눈치에 맞는 대응방법을 추천해 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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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을 삶으로 번역하고, 멈춤과 고통까지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바꾸는 작가! — 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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