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저자, 나도인 <선택의 예술에 대하여>

부제: 철학하는 AI

by교주

문을 열자 안쪽 공기가 먼저 몸을 감쌌다. 낮 동안 비워져 있던 공간의 고요함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바깥에서 따라 들어온 소리는 현관에서 한번 가라앉았고, 안쪽에서는 좀 더 느리게 흘렀다. 불을 켜지 않아도 될 만큼 희미한 빛이 방 안에 퍼져 있었고, 가구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도인은 신발을 벗으며 잠깐 멈췄다. 몸은 집안으로 들어왔는데, 오늘 하루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와 카페의 소음은 여전히 바깥 어딘가에 두고 온 느낌이었다.


‘탕 탕 탕 탕’


캐프리의 꼬리는 이미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다. “잘 있었냐?” 캐프리는 대답 대신 문을 탕탕 때려가며 도인을 맞이하고 있었다. 캐프리의 두툼한 꼬리는, 흔들릴 때마다 은근히 아픈 치명적 무기였다. 문이 열리자마자 고개를 한 번 밀어 올리고는, 더 붙지도 않고 바로 몸을 돌렸다. 짧게 확인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동작이었다. 도인은 그 뒤를 천천히 따라 들어갔다.


가방을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기대자, 긴장이 한 번에 풀리지 않고 층층이 내려와 젖은 솜처럼 무겁게 달라붙어 있었다. 카페에서 마주했던 눈, 부모 집에서 반복되던 문장,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흘러가던 시간들이 순서 없이 떠올랐다가 겹치며 사라졌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캐프리는 이미 바닥에 몸을 길게 펼쳐 놓고 있었다. 배를 바닥에 대고 팔다리를 사방으로 뻗어 어딘가 어색하게 늘어뜨린 자세였다. 편해 보이는데, 어딘가 어색했다. 도인은 그 모습을 한참 내려다봤다.


“그게 편하냐.”


묻는 말이지만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캐프리는 눈을 한 번 떴다가 다시 감았다. 도인은 피식 웃었다.

“나도 오늘 딱 그 상태다.” 그 말을 하고 나서야 몸의 무게가 또렷이 느껴졌다. 그때 머릿속에 하나가 남아 있었다.


"아! 바카라."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교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이론을 삶으로 번역하고, 멈춤과 고통까지 능동적인 움직임으로 바꾸는 작가! — 교주 —

22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8화Ep.7 부모와의 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