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부모와의 갈등

와이파이 때문이라도 오렴!

by교주

도인은 초인종을 누르고 나서 문 앞에 잠시 서 있었다. 버튼을 누른 뒤 울리는 소리는 짧았지만, 발소리가 나기까지 시간은 좀 걸렸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대화가 오갈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 집에 오면 도인은 한 박자 늦게 숨을 들이쉬었다.


문이 열리기 전에 엄마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왔냐.” 문이 열리고 엄마가 도인을 한 번 훑어봤다. 시선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가, 다시 얼굴에서 멈췄다. “정년 했다더니 얼굴은 멀쩡하네.”


도인은 신발을 벗으며 웃었다. “왜요, 정년 하면 갑자기 늙어야 돼요?” 익숙하게 오가는 모자간의 대화였다. 엄마는 뒤돌아 서시며 다 들리게 중얼거렸다. “그럼 좀 늙어 보일 때 정년을 해야지 한창 일할 시퍼런 나이에 무슨 정년이야 정년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더 이어가지는 않았다.


그때 거실 쪽에서 아버지 목소리가 날아왔다. “와이파이 안 된다.” 도인은 잠깐 고개를 들었다. 신발 한 짝을 반쯤 벗은 상태에서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버지는… 아직 인사도 안 했는데 와이파이부터네.” 도인은 벗은 신발을 정리하고 몸을 일으켰다. “정년 다음날 바로 재취업!” 잠시 멈췄다가 공유기가 있는 방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역시 공대라니까.”


도인은 자연스럽게 걸어가 공유기 앞에 쪼그려 앉았다. 전원버튼을 껐다가 다시 켰다. 작은 불이 깜빡이다가 하나씩 순서대로 살아났고, 마지막에 초록색 불이 안정적으로 들어왔다. “됐습니다요. 아버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버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신문을 펼쳤다. 고개도 들지 않았다.


잠깐의 공백이 흐른 뒤, 늘 그렇듯 다음 문장이 이어졌다. “그래도 의사가 더 낫지 않았냐.” 그 말은 늘 같은 자리에서 나왔다. 도인은 오늘도 습관처럼 물컵을 들다가 잠깐 멈칫했다.


도인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웃으며 말했다. “전 병원 냄새 맡으면 기절해요. 환자보다 제가 먼저 눕는다니까요. 아시면서…” 아버지는 신문을 넘기며 짧게 말했다. “아직도 쓸데없는 변명은...” 부엌에서 엄마가 밥을 푸며 말을 보탰다. “그래도 네 친구들이 다 의사고…” 그 문장이 끝나기도 전에 도인이 이어받았다. “네 친구들은 다 부자고…” 그 말에 엄마가 눈을 흘겼다. “농담할 때가 아니야.” 말투는 단호했지만, 더 이어가지는 않았다.


도인은 젓가락을 들며 차분하게 말했다. “농담 아니에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이번에는 웃음이 덜 섞여 있었다. 아버지가 신문을 넘기려다 멈춘 손이 페이지 위에서 그대로 멈춰 있었다. 엄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도 의대를 갔으면 이런 거 안 고쳐도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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