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읽어도 안 들어올까?
“쉽게 읽히질 않네요.” 준치는 바카라을 한 번 덮었다가 놀란 듯이 다시 펼쳤다. 손이 페이지 위에서 잠깐 멈췄지만 넘기지 않고 그대로 얹혀 있었다. “꼭 읽어야 하거든요…” 다시 입을 열 것 같다가, 다음 말은 그대로 삼켜 버렸다. 그리고 시선은 여전히 페이지 위에 올려져 있었지만 읽고 있는 눈은 아니었다.
도인은 그 틈을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컵을 손끝으로 천천히 굴렸다. 컵 안에 남아 있는 커피가 약하게 흔들렸다 멈췄다. 그 움직임을 끝까지 보던 도인은 시선을 들어 바카라 쪽으로 옮겼다.
“전공바카라?”
준치는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였다. “의대요.”
그 말을 하고 나서야, 다시 커피를 들었다. 한 모금을 마시고, 컵을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조금 더 자연스러웠다. “원래… 제가 좋아했던 건 따로 있었는데요.” 그는 말을 이어가면서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어릴 때 로봇 같은 걸 만드는 걸 아주 좋아했어요. 장난감 자동차도 만들고 코딩을 해서 리모트로 움직이게 하는 거… 그런 거요.” 눈이 반짝였다. “그냥 재미있었어요. 이유도 없이… 그냥…”
준치의 말하는 속도는 느려졌다. “그냥 좋았거든요.” 준치는 잠깐 멈췄다. 손이 다시 바카라을 잡았다. 그리고 작게 덧붙였다.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그는 바카라 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아무리 해도… 마음이 편치 않아요.” 그 말이 끝났을 때, 테이블 위의 공기가 조금 무거워졌다.
도인은 “나도 비슷했다네.” 그는 커피잔을 손으로 가볍게 굴리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부모님도 의대를 원하셨거든. 근데 나는 그건 못 하겠더라고. 소독약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렸으니까.” 그는 짧게 웃었다. “그래서 협상했지. 이과는 가되, 칼은 안 드는 쪽으로.”
도인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이어갔다. “그래서 공대를 갔고, 교수까지 했어. 나쁘진 않았고.” 진심이 느껴졌다. “근데… 늘 완전히 내 것 같진 않았거든.” 그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준치는 잠깐 더 머뭇거리다가, 결국 본심을 꺼냈다. “근데 이걸 그만두면… 다 없어질 것 같아요.” 그 말이 나오자 공기가 조금 더 무거워졌다. 그는 시선을 컵으로 옮기며 말을 이었다. “집도 있고, 생활도 안정적이고… 다 부모님이 잘해주시니까요. 그리고 그냥 하라는 대로 하면 편하니까요.” “게다가 미래를 생각해 본다면 제 생각에도 의사라는 직업이 더 인정을 받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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