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정준치
도인은 부모 집으로 가는 길에 카페 앞에서 자연스럽게 걸음을 늦췄다. 특별히 이유는 없지만, 이 시간에 카페 앞을 그냥 지나간 적은 거의 없었다. 부모님을 만나러 가기 전에는 늘 커피 한 잔으로 머리를 한 번 깨웠다. 카페 문 앞에 도착한 도인은 익숙한 손짓으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 바깥의 서늘함은 금방 밀려났고 카페의 따뜻한 분위기와 커피 향이 동시에 밀려왔다. 오후가 조금 기울어 있는 시간이었고, 햇빛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이미 힘이 빠진 상태로 카페 안쪽까지 길게 스며들어 있었다.
도인은 카운터 앞으로 가서 습관처럼 메뉴판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항상 같은 걸 주문하는 걸로 끝이 나니 의미는 없었다. 그래도 늘 습관처럼 카운터 앞에 서서 긴 메뉴판을 읽었다. 아메리카노를 지나, 라떼를 지나… 도대체 무슨 맛인지 가늠할 수 없는 이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결국 아는 이름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앞사람들이 주문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안쪽을 훑어보았다. 사람들은 각자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지만, 다들 바쁜 것도, 그렇다고 쉬는 것도 아닌 얼굴들이었다.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고,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생각에 잠긴 사람도 있었다. 시선이 어디에도 고정되지 않은 채 떠다니는 눈들도 있었다.
그때 창가 쪽으로 눈이 갔다. 한 청년이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두꺼운 바카라이 펼쳐져 있었고, 손은 그 위에 얹혀 있었다. 그런데 청년의 눈은 글자를 따라가고 있었지만, 같은 줄을 몇 번이나 손가락으로 되짚고 있었다.
도인은 그 얼굴을 조금 더 봤다. 저 표정은 낯설지 않았다.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도인의 시선은 잠깐씩 창가 쪽으로 흘렀다. 컵을 받아 들었을 때, 손에 닿는 온기가 좋았다. 자리를 따로 찾아보지 않았다. 이미 정해져 있었다. 도인은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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