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의 역설
바카라상 위에는 종이가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의자 두 개가 정확한 각도로 마주 보고 놓여 있었다. 불필요한 물건이 거의 없는 공간이었다. 준비를 많이 한 사람의 자리였다. 도인은 무금과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 묵음실 문을 열었다. 문이 닫히자 바깥소리가 바로 끊겼다. 바로 미세한 소리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숨소리가 크게 들렸고, 조금만 움직여도 옷깃이 스치는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도인은 그 자리에 서서 몇 번 숨을 들이켠 뒤 의자로 걸어가 앉았다.
의자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등을 대려다 바로 허리를 곧게 세웠다. 자세를 고쳐 앉자 편해지기보다는 오히려 또렷해졌다. 유리창 너머로 고무금이 보였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클립보드에 끼워진 종이를 넘겼다.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예상보다 또렷하게 들렸다. 고무금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침묵체험 세션을 시작하겠습니다.”
도인은 손가락으로 ‘O’를 그려 보였다. 이미 들었던 설명이었지만, 막상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뭔가 느낌이 조금 달랐다. 고무금이 짧게 덧붙였다.
“10분 침묵입니다.”
도인은 시계를 보지 않았다. 시간을 확인하는 순간 더 길어질 것 같아서 그냥 맡기기로 했다.
잠시 후, 묵음실 안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앉아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몸은 의자에 닿아 있고, 시선은 정면에 있고, 고무금은 유리창 너머에 있었다.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모든 것이 조금씩 더 또렷해졌다.
잠시 후 고무금이 작은 팻말을 들어 올렸다.
“1분”
그 숫자를 보는 순간, 생각이 올라왔다. ‘침묵은 자기 조절 훈련이다’라는 말이 자동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곧 다른 문장으로 이어졌다.
‘이걸 내가 더 잘 설명할 수 있는데.’
“2분”
어디선가 낮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실제로 있는 소리인지, 아니면 없던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시계가 없는 공간인데도 시간이 흐르는 감각이 또렷해졌다. 그때 도인은 공연히 손을 어디에 둘지 몰랐다. 무릎 위에 올렸다가, 팔걸이로 옮겼다가, 다시 자세를 바꿔보기도 했다. 별것 아닌 움직임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다.
몸이 가만히 있지 못했다.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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