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거대한 우주

[2부. 내 모든 세상이 멈췄다]

byJEN

홀리 소식을 듣고 엄마는 곧바로 발리로 오는 비행기표를 끊으셨다. 엄마는 원래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홀리와 몰리는 특별했다.
엄마는 두 고양이를 ‘털손녀’, ‘털손자’라고 불렀다. 발리에 올 때마다 간식을 챙겼고, 영상통화를 하면 내 얼굴보다 고양이들부터 찾았다. 홀리가 고양이별로 갔다는 말을 들은 엄마가 가장 먼저 걱정한 건 나와 혼자 남은 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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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도여행을 포기하려 했다. 엄마도 이런 상황에 무슨 여행이냐며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할 줄 알았다. 나조차도 정말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엄마는 오히려 내가 갈 수 있는 방법부터 만들었다.


“너 인도 가야 하잖아. 걱정하지 마. 내가 몰리 보고 있을게.”


나는 발리에 오래 살았지만, 엄마에게 발리는 여전히 한국이 아닌 낯선 외국이었다. 딸도 없이 혼자 이곳에 머무는 일이 아직 편하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엄마도 엄마 나름대로 용기를 내셨다. 딸을 위해서.


집에서 계속 울고 있는 것보다 인도에 다녀와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면 마음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게 엄마의 생각이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엄마가 오기 전 장을 봐두지도 못했고, 청소도 하지 못했다. 집은 엉망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오자 집 안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엄마가 혼자 지내는 동안 필요한 식료품을 사러 함께 나갔고, 따뜻한 쌀밥에 김치찌개도 끓여 먹었다. 어지럽던 집도 하나씩 다시 정돈됐다. 몰리가 홀리를 찾는 모습이 안쓰러워 내가 또 울면 엄마는 굳이 무슨 말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냥 옆에 함께 있어주었다.


인도로 떠나기까지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도저히 떠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엄마가 집에 온 뒤로 나는 조금씩 다시 여행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평소엔 혼자서도 척척 잘 지낸다고 엄마에게 큰소리쳤지만, 그 며칠만큼은 이상하리만큼 엄마가 없으면 하루가 굴러가지 않았다.




엄마가 와준 뒤에도 인도로 떠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홀리의 장례를 제대로 치러주고 싶었다. 홀리는 겨우 다섯 해를 살았다. 처음 집 앞에 버려졌던 날 거두지 않았다면 훨씬 일찍 죽었을지도 모를 생명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적어도 우리와 함께한 동안만큼은 충분히 사랑받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믿고 싶었다.

병원에서 홀리의 몸을 데려왔다. 매일 돼지 고양이라고 놀렸는데, 홀리는 놀랄 만큼 작고 가벼웠다.


홀리를 데리고 발리 북쪽 산속에 있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번화한 관광지에서 한참 벗어난 산 중턱의 작은 공간이었다. 마을은 조용했고, 주변에는 야자나무와 망고나무가 가득했다.


장례 절차에 따라 홀리의 몸을 깨끗한 물로 씻겨 주기로 되어 있었지만, 나는 그 과정만은 생략해 달라고 부탁했다. 평소 물을 무척이나 싫어했던 아이였다. 마지막 가는 길만큼은 젖은 몸이 아닌, 보송보송한 모습으로 보내주고 싶었다.


알록달록 어여쁜 꽃 이불을 덮고 있는 홀리를 보니 눈물이 났다.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평온해 보였다. 금방이라도 이 꽃 사이를 헤집고 나와 나를 바라볼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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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곳에 누워 있는 홀리가 더 이상 살아 있지 않다는 사실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 곁에 있던 아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다.


잘 가, 나의 다정했던 고양이 홀리.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데이먼스 이어의 〈josee〉가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다 가져가줘요 아쉬움 없도록
나의 사랑은 그리 길지 않으니
이 순간, 나의 모든 걸 줄게
남은 나의 시간도
다시 너를 안게 된다면
그땐 나의 빛을 밝혀서 너의 모든 것을 덮어줄게
잘 자, 나의 우는 사랑
— 데이먼스 이어, 〈josee〉


홀리의 장례를 치러주고 한바탕 울고 나니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래, 이제는 인도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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