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내 모든 세상이 멈췄다]
나에게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홀리와 몰리. 홀리와 몰리는 남매로 추정된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짓기 시작한 날, 다 죽어가는 채로 우리 집 터에 버려졌다. 제대로 먹지 못해 너무 말라 있었고, 눈도 겨우 뜬 갓난아기들이었다. 그렇게 이 두 핏덩이를 거두어 지금까지 키웠다. 공사터에서 자란 아이들인 만큼 집이 다 지어진 뒤에도 자연스럽게 밖을 산바카라했고, 저녁이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했다. 집에서 잘 나가지 않던 홀리가 외박을 했다. 홀리가 집에 돌아왔을 때도 뭔가 이상했다. 평소 같으면 문이 열리자마자 밥그릇부터 찾았을 텐데, 그날은 달랐다. 몸은 축 늘어져 있었고 몇 번이나 토를 했다. 만져보니 이상하리만큼 차가웠다. 나는 홀리를 들쳐 안고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체온을 재보니 이미 정상 범위를 한참 벗어난 상태였다. 급하게 입원을 시켰다.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해달라고 했다.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홀리의 상태가 심각해졌으니 어서 병원으로 와달라는 연락이었다. 마음이 철컹했다. 원체 밤눈이 좋지 않아 해가 지고는 잘 타지 않는 오토바이를 직접 몰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그날은 달이 참 밝았다. 보름이 하루 지난 날이었다. 발리에서는 보름을 성스러운 날로 여겨 그 전후로 힌두교 종교행사가 한창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동네 청년들의 가믈란 연주 소리가 들렸다. 금속 악기의 맑은 울림과 징, 북 소리가 어우러져 밤거리 곳곳에 퍼졌다.
(*가믈란 : 발리 세레머니에서 들리는, 전통 합주 음악)
길가에는 한껏 멋을 낸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카페와 레스토랑의 불빛은 반짝반짝 빛났다. 나는 그 길 한가운데를 펑펑 울며 달렸다. 눈물이 눈을 가려 불빛이 번졌고, 취한 사람들의 웃는 목소리는 마치 슬로모션처럼 멀게 들렸다. 마치 나만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홀리는 이미 숨을 쉬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의사 선생님은 끝까지 인공호흡을 멈추지 않고 계셨다. 한참 뒤, 선생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홀리가 떠났다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처음에는 그 말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홀리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누워 있었다. 몸은 아직 부드러웠고, 털의 감촉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평소와 같았는데, 평소와 같지 않았다.
“홀리야.”
몇 번이나 이름을 불렀다.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정말 떠난 거구나. 그 뒤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성인이 된 뒤 그렇게 소리 내어 운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나도 놀랄 정도로 슬픔이 터져 나왔다.
홀리 죽음에 대한 원인은 끝내 정확히 알지 못했다. 피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병원에서는 밖에서 먹으면 안 되는 것을 먹었을 가능성이나, 뱀 같은 다른 동물에게 물려 감염의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다른 검사를 더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홀리가 떠난 뒤에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왜 이렇게 됐는지, 병원의 처치는 충분했는지, 내가 조금 더 빨리 병원에 데려왔어야 했는지. 한동안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답을 찾는다고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자바카라을 하기 시작하면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아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예전에 고양이는 많이 아프면 혼자 숨으려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홀리가 외박했던 이유도 어쩌면 그랬던 걸까 생각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집으로 돌아와 준 것이 고마웠다. 그날 밤의 기억은 군데군데 끊겨 있다. 울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간 것, 홀리의 이름을 계속 불렀던 것, 그리고 홀리를 안고 있었던 것. 단순히 운 것이 아니라, 울부짖었던 것.
그다음 집으로 어떻게 돌아왔는지, 무엇을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