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띄운 편지

[1부. 떠나기로 작정한 순간, 과거가 돌아왔다]

byJEN

스님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들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법명을 검색했다. 다행히 스님의 법명은 빨리어에서 온 흔치 않은 이름이었다. 이 정도 이름이라면 인터넷 어딘가에 흔적 하나쯤은 남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내 예상은 맞았다. 검색창에는 스님의 이름이 드문드문 나타났다. 미얀마에서 오래 지낸 뒤 한국과 동남아 여러 곳을 오가며 수행과 가르침을 이어가고 계신 듯했다. 하지만 지금 어디에 머무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참을 찾아보다가 스님의 말씀을 정리해 둔 작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발견했다. 이곳을 운영하는 분이라면 혹시 스님과 연락이 닿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히 연락처가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보냈다.


“제가 해외에 살고 있어 잊고 지내다가 스님의 근황이 궁금해져 인터넷을 찾아보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혹시 번거롭지 않으시다면, 제가 스님께 편지를 전달해 드리고 싶은데 대신 받아서 전달해 주실 수 있을까요?”


조심스럽게 보낸 메시지였는데 얼굴도 모르는 그분은 금세 답장을 주셨다.


“스님께서 1년에 몇 차례밖에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계셔서요. 편지 전달에 시간이 꽤 걸릴 수도 있습니다. 혹시 스님께 메일을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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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분이 알려주신 이메일로 스님께 편지를 써보기로 했다.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조금 망설여졌다. 내가 기억하는 스님에게는 어딘가 친구 같은 느낌이 남아 있었다. 어쩌면 그건 스무 살의 나 혼자 품고 있던 친밀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이 18년이 흘렀고, 스님은 계속 수행자의 길을 걸어 오셨다.

이렇게 불쑥 내 이야기를 잔뜩 보내도 되는 걸까. 하지만 그런 걱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나는 결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잔뜩 써서 보냈다.


편지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일했던 이야기, 서른이 되던 해 태국으로 떠나 결국 발리에 정착하게 된 이야기, 그동안 명상을 가까이했다가 멀리하기도 했던 이야기. 그리고 미얀마에서 배웠던 알아차림이 이후의 삶에 어떤 식으로 남아 있었는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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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년을 한 사람에게 설명하려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끝도 없었다.

그러다 편지의 끝에서 나는 결국 인도 이야기를 꺼냈다.


아참, 그리고 저는 8월 초에 인도 북부로 여행을 갑니다. 인도 여행은 오랜 숙원 같은 거였어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직도 스님의 오래된 사진첩 속 인도를 기억하고 있거든요.
사실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된 계기도 인도 여행이 시작이었습니다.
스님께 연락드리기까지 여러 가지 우연과 인연들, 이 모든 이야기를 다 해드리려면 바카라 한 권은 나올 것 같아요.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 이 정도로 줄이겠습니다.

— 스님께 보낸 편지 중


쓰고 보니 정말 그랬다. 인도에 가려고 했을 뿐인데 요가를 다시 시작했고, 요가를 하다가 미얀마를 떠올렸고, 미얀마를 떠올리다가 스님을 찾았다. 그리고 18년 만에 스님에게 편지를 쓰면서 다시, 스무 살에 보았던 스님의 인도 사진 앞에 도착했다.


나는 그렇게 길어진 편지를 다음과 같은 말로 끝맺었다.


18년이에요. 스무 살이었던 제가 마흔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렇게 다시 닿게 되어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평온하시기를 바랍니다.
기회가 된다면 곧 직접 뵐 수 있길 바라며,
발리에서 드림.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18년 만에 띄운 편지였다.




스님에게 편지를 보내고 나니 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요가를 할 때마다 몇 번씩 생각났던 사람, 한국에서 처음으로 요가를 가르쳐준 선생님이었다. 당시 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요가는 지친 하루 끝에 잠깐 숨을 돌리는 시간에 가까웠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발리에서 다시 요가를 시작하고 나서야 알았다. 선생님이 얼마나 꼼꼼하게 기본 동작을 잡아주셨는지, 그때 배운 것들이 생각보다 오래 몸에 남아 있었다는 걸.


원래 같았으면 ‘그때 참 좋은 선생님이었지’ 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소셜미디어를 한참 뒤져 선생님을 찾았고, 늦은 감사 인사를 보냈다.




인도를 준비하면서 이상하게 오래된 사람들에게 자꾸 안부를 묻게 되었다. 18년 전 미얀마에서 만난 스님을 찾았고, 처음 요가를 가르쳐준 선생님에게 뒤늦은 안부를 전했다. 오래전 내 삶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다시 현재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인탄에게서 연락이 왔다.


인도여행을 함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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