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안경을 쓴 것처럼 튀어나오는 사람

나는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2

by권비앤


문득 잊고 지냈던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졌다. 집 근처 소규모 어학 클래스에 등록하고 그곳에 나가 보기로 결심했다.


수업 첫날, 선생님과 마주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나이를 밝히는 것이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당연했던 ‘동급생’이라는 전제가 사라진 곳에서 나이는 서로를 탐색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값(Default)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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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나의 위치는 막내가 되었다. 막내로서의 역할은 누군가의 말에 그저 웃어넘기는 것이었다.


“어려서 아직 잘 모르는구나.”

“역시 젊어서 빨리 암기하네. 나는 이제 머리가 팍팍 안 돌아가.”

“아직 창창하니 몸 아픈 것도 모르고 고생도 모르지.”

이런 고정관념에 찌든 말들을 들으며 나는 막내의 역할을 수행했다.

유익한 수업을 듣고, 수업 외 시간에도 적당히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냈다.


하지만 어디에나 그렇듯 대여섯 명이 모이니 첫인상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나와 결이 맞지 않은 한 사람이 도드라지게 눈에 띄었다.


내가 3D안경을 쓴 것도 아닌데, 왜 유독 그 사람만 입체적으로 툭 튀어나와 보이는 걸까?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거슬리는 말과 행동들은 나까지 조심스럽게 만들어 버렸다.

‘나도 누군가에게 저렇게 보인 적이 있었을까.’ 자문해 보기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불편함의 질감은 사뭇 달랐다.


안경을 벗고 마음을 비운 채 들여다보면 달라질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여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내 안에 고착된 불편함의 형체는 선명했다.

감정이란 참 빠르고 명확하게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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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만날 일은 없겠지만, 여럿이 모이는 자리라면 기어이 마주하게 되는 그 경계에 서 있는 사람.

상대 역시 나를 그렇게 느낄지도, 혹은 전혀 모를 수도 있다.

서로 내색하지 않으려 유연하게 행동해 보지만, 공기 중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기운은 논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소그룹 내의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깊이로 친밀함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다.

수업이 끝난 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사람과, 오직 수업을 하는 공간 안에서만 안부를 묻는 사람 사이의 거리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


1년이 지나면 마음의 변화가 생길까? 2년쯤 흐르면 정이 들어 어떤 반전이라도 일어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경우엔 아니었다.

갈팡질팡하던 마음은 오히려 단호해졌다.

그 시간을 오롯이 겪어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머리로 따지는 논리보다, 내 안의 고착된 감정이 내려주는 판단이 훨씬 빠르고 정확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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