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하면서 좋은 것만 발견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 몇 달은 내 안에 있던
조금 부끄러운 패턴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어느 순간 눈에 띄기 시작한 게 있었다.
나는 계획을 세우는 데는 누구보다 열심인데,
그 계획을 실행하는 순간은 자꾸만 뒤로 미루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주치 다이어리를 넘겨보니 우연이 아니라 패턴이었다.
"이번 주엔 꼭 시작한다"라고 적어둔 계획이,
다음 주에도 똑같은 문장으로 다시 적혀 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어느 페이지에서는 같은 계획이
거의 한 달 가까이 자리만 옮겨 다니고 있었다.
재미있는 건, 계획을 세울 때의 나는 늘 의욕이 넘쳤다는 사실이다.
새 다이어리 페이지를 펼치면 없던 에너지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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