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인데 월세는 30만 원

대출금이 나갔고, 월세가 들어왔다

by까꿍

할머니의 바람대로 최대한 잔금을 늦춰서 건물을 양도받았다. 초겨울을 지나 봄과 여름을 넘어 가을까지, 꼬박 10개월이 걸렸다. 빈집을 보니 착잡함이 밀려들었다.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세입자를 맞아야 하는데, 건물 인테리어는 확인할 것도 챙길 것도 많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인테리어가 끝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또 다른 인테리어를 하게 된 것이다. 벌써 내 생의 네 번째 셀프 인테리어다.


옥상에 귀여운 수도가 하나 있었다. 물을 틀었다. 쉬쉬쉬쉬 하더니 노란 물이 나왔다. 오예, 수도 배관 교체 당첨이다. 배관이 제일 머리 아픈데, 동배관에 녹물이라니 이건 무조건 설비 재검토 당첨이다.


아이들이 뛰노는 상상, 행복한 미래, 월세수입 다 좋은데 그전 거쳐야 할 관문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칠 게 세고 쌨는데 시간이 없었다. 건물보단 데이터 분석이 먼저였고, 녹물보단 문서작성을 해야했다.


건물 고쳐야 하는데, 고쳐야 하는데 하면서도 막상 실천에 옮기기란 어려웠다. 평일엔 회사일에 모든 에너지를 소진했고, 주말엔 육아에 모든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도 대출 이자는 얼음처럼 냉정하고 야박하게 따박따박 나가고 있었다. 월급을 뛰어넘는 금액이 계속 나가고 있을 때도, 나는 아이들 육아에 열을 올리며 색칠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일단 살아야 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짬을 내어 공정별 작업자들을 만났고, 예산에 대해 윤곽을 잡았다. 주말마다 족히 3명이 넘는 작업자분을 만나며 공사 와꾸를 잡았다.

설비가 가장 관건이었는데 바닥을 모두 까내고 배관을 설치하는 건 처음이었다. 레미콘, 엑셀배관, 동배관, 수도배관 등등 처음 들어보는 많은 단어가 나왔고 작업자가 준 견적서에는 최소 1,000만 원 단위의 돈이 오갔다.

몇 천만 원의 금액을 청구하면서, 요즘 식비가 많이 올라 금액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던 분도 계셨다.


“네, 그렇죠 요즘 밥값이 비싸죠”


맞장구를 치며 머릿속으로 엑스를 그려댔다. 사장님, 저는 점심 밥값이 많이 나와서 도시락 싸 오는 월급쟁이거든요. 제 월급이 얼마인지 아세요? 나도 부장님께 ‘점심 밥값이 비싸니 월급 좀 신경 써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다. 그런 상상, 하기만 해도 통쾌했다.

그래, 그랬지. 지하철이 끊긴 시간까지 야근을 하고 새벽녘 집으로 돌아오고 또다시 아침이 되어 출근해야 했을 때, 이제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어서 건물주가 되고자 했던 거였지.

그런데 갑자기 띠리링 문자가 하나 왔다. 월세 30만 원, 반지하 세입자의 월세가 들어왔다. 웃음이 났다. 내 월급을 훌쩍 뛰어넘는 이자가 나가는데, 겨우 20일 치 점심값이 월세라니.


웃음이 났다. 허탈한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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