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말

by김지축

암환자에게는 어떤 위로가 필요할까.


나는 위로의 말보다 다음 약속을 잡거나 시시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좋다. 만날 때마다 병에 관해 묻고, 걱정하고, 격려할 필요는 없다. 나 역시 매번 아픈 사람으로서 대화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 내게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반찬과 돈'이라고 대답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실은 꽤 진지했다. 앞으로 밥을 챙겨 먹는 일도, 일을 쉬는 동안의 경제적인 문제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보다 냉장고에 넣어둘 반찬 한 통이 더 요긴할 때가 있다. 힘내라는 말보다 다음 주에 만나자는 약속이 더 반가울 때도 있다. 위로가 고맙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모든 관계의 중심에 병을 놓고 싶지는 않다.


나는 여전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하고, 시답잖은 농담에 웃고 싶고, 누군가의 연애 이야기를 듣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이 가장 큰 사건이겠지만, 내게는 그 와중에도 계속 살아내야 할 일상이 있다.


나를 걱정하는 사람보다, 나와 다음을 약속하는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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