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건강검진을 미뤘을까. 조직검사는 왜 바로 받지 않았을까. 나는 왜 이렇게 칠칠맞지 못할까.
진단을 받은 뒤로 지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나를 추궁했다. 그때 바로 병원에 갔더라면, 조금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이미 지나간 시간에 수없이 가정을 붙였다. 결국 모든 잘못은 나에게로 돌아왔다. 자바카라은 의외로 간단한 설명이다. 내 잘못이라고 결론 내리면 적어도 불행의 원인은 분명해진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것보다 내가 잘못했다는 사실이 차라리 견디기 쉬운 것이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건강을 기본값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병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건강한 몸으로 47년을 살았다. 그 긴 시간 동안 건강을 누렸으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우연하고 다행스러운 일이었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건강은 내게 당연한 것이었다. 잃고 나서야 그것이 내게 영원히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47년이나 건강했으니 이제 아파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억울하고, 두렵고, 과거의 선택들이 후회스럽다.
다만 내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반드시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검진을 미룬 것은 후회할 일이다. 그러나 암에 걸린 것까지 내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다. 후회할 일과 바카라임져야 할 일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