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의 끝에 서서야 비로소 실감하는 풍경이 있다.
처음 닿은 영주산은 그래픽으로 빚어낸 가상의 평원처럼 아득히 푸르렀다. 시선의 방해물 하나 없이 매끄럽게 뻗어나간 잔디 능선, 그 위를 유유히 흘러가는 흰 구름의 그림자. 비현실적일 만큼 온전한 초록의 부피 앞에 서자, 걷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자잘한 소음들이 일제히 잦아들었다.
능선의 높은 축에 오르자 대지의 윤곽이 단번에 달라졌다. 지평선 끝자락에 묵직하게 박힌 성산일출봉과 그 곁의 우도, 그리고 파도처럼 겹겹이 굽이치는 이름 모를 오름들의 군락. 아래에서는 저마다 고립된 봉우리라 여겼던 것들이 이 자리에 서서 내려다보니 하나의 거대한 맥을 이루며 침묵 속에 맞닿아 있었다. 멀리 물러서야만 비로소 읽어낼 수 있는 세상의 질서 같은 것이 그곳에 펼쳐져 있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