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계절의 경계에서

byLiA

낯선 길의 끝에 서서야 비로소 실감하는 풍경이 있다.

처음 닿은 영주산은 그래픽으로 빚어낸 가상의 평원처럼 아득히 푸르렀다. 시선의 방해물 하나 없이 매끄럽게 뻗어나간 잔디 능선, 그 위를 유유히 흘러가는 흰 구름의 그림자. 비현실적일 만큼 온전한 초록의 부피 앞에 서자, 걷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자잘한 소음들이 일제히 잦아들었다.


능선의 높은 축에 오르자 대지의 윤곽이 단번에 달라졌다. 지평선 끝자락에 묵직하게 박힌 성산일출봉과 그 곁의 우도, 그리고 파도처럼 겹겹이 굽이치는 이름 모를 오름들의 군락. 아래에서는 저마다 고립된 봉우리라 여겼던 것들이 이 자리에 서서 내려다보니 하나의 거대한 맥을 이루며 침묵 속에 맞닿아 있었다. 멀리 물러서야만 비로소 읽어낼 수 있는 세상의 질서 같은 것이 그곳에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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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강은정(LiA)의 이야기.계절의 변화와 스쳐 지나가는 풍경,마음에 오래 머무는 감정들을 기록합니다.말하지 못한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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