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불이 켜지고 벽시계를 올려다보니 어느덧 11시 40분이었다. 술을 입에 대지 않는 내게 이 늦은 시간의 귀가는 드문 일이어서, 평소 같았으면 이미 이불 속에 누워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을 시간이었지만 집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에는 피곤함보다 기분 좋은 넉넉함이 남아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배가 아플 만큼 실컷 웃었다.
술잔이 없어도 마주 앉은 사람들의 눈빛과 목소리만으로 자리는 충분히 채워졌다. 굳이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마음속 이야기를 편안하게 꺼낼 수 있었고,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고 가만히 들어주었다. 서로의 별것 아닌 일상에 고개를 끄덕이고, 누군가 던진 농담에 다 같이 웃다 보니 밤이 깊어지는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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