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에도 계절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제 막 꽃이 피어나는 봄인데,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미 꽃잎이 지고 난 뒤의 계절일 수 있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시간을 살아가면서도, 마음은 저마다 다른 계절을 건넌다.
사랑은 어쩌면 그 작은 시차에서 시작되고, 그 시차 때문에 끝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 사람은 온 마음을 다해 다가서고, 다른 한 사람은 조금 더 천천히 마음을 연다. 한 사람에게는 하루가 온통 기다림인데, 다른 한 사람에게는 그 하루가 그저 평범한 일상이다. 애타는 마음은 자꾸만 안부를 묻고 싶어 하지만, 아직 그 마음에 닿지 못한 사람은 그 간절함의 깊이를 알지 못한다.
사랑하는 마음에도 속도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늦게 배운다.
처음에는 기다림이 어렵지 않다. 언젠가는 마음이 닿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조금 더 다정하게 말하고, 조금 더 오래 기다리면 언젠가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오래 머문 자리라도 영원히 따뜻할 수는 없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설렘은 지침이 되고, 기대는 체념을 배운다. 매일 기다리던 연락을 더는 기다리지 않게 되고, 온종일 마음을 차지하던 사람이 어느새 하루의 끝에서야 떠오른다.
마음이 떠나는 일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기다리던 순간들을 하나씩 포기하다가 문득 더는 기다릴 일이 없어진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때, 뒤늦은 마음이 도착한다.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았던 사람이 더는 자신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무심히 지나쳤던 다정함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당연하게 여겼던 존재가 얼마나 깊이 자신의 하루에 스며 있었는지 알게 되었을 때.
그제야 마음은 서둘러 발걸음을 돌린다.
하지만 모든 계절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비로소 봄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았을 때, 누군가는 이미 긴 겨울을 견디고 그곳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사랑은 마음의 크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얼마나 간절했는지보다 언제 그 마음을 건넸는지가 더 아픈 순간이 있다. 아무리 진심 어린 말이라도 너무 늦게 도착하면 전하지 못한 편지가 되고, 이제야 내민 손은 한때 그 손을 기다리던 사람에게 더는 닿지 못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같은 온도로 사랑해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사람마다 마음이 열리는 속도는 다르니까. 다만 내 마음이 천천히 자라는 동안, 상대의 마음이 어디쯤 와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 곁에 있다는 이유로 마음을 표현하는 일을 미루지 않는 것. 아직 내 앞에 머물러 있는 사람에게, 지금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는 것.
어쩌면 우리가 사랑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완벽하게 같은 마음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머무는 순간을 알아보려는 노력인지도 모른다.
사랑에도 시차가 있다.
누군가의 봄이 나의 겨울일 수 있고, 내가 막 피워 올린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간 계절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가끔 생각한다.
우리가 끝내 놓쳐버리는 것은 한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던 순간인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어떤 이별은 사랑이 부족해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가장 간절히 원했던 순간이 끝내 같은 시간에 머물지 못해서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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