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무게를 덜어주려다, 내 중심을 잃어갈 때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내 앞에 앉으면 평소에는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털어놓곤 했다. 지나온 시간의 상처부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서운함과 슬픔, 혼자 감당하기에는 버거웠던 고민까지 마음 깊숙이 감춰두었던 이야기를 내 앞에서는 비교적 편안하게 꺼내놓았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대충 듣지 않았다. 상대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으려고 했고, 섣불리 판단하기보다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을 이해하려 했다. 때로는 위로를 건네고, 현실적인 방법을 함께 찾아보면서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랐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사실은 내게 꽤 큰 의미였고, 그렇게 곁을 내어주는 것이 사람과 관계를 맺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예전 같으면 담담하게 받아들였을 이야기가 유난히 오래 남기 시작했다. 누군가 “요즘 너무 힘들어”라고 말하면 그 순간부터 나 역시 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있었고, 대화가 끝난 뒤에도 상대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만남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특별히 무언가를 한 것도 없는데 깊은 피로가 밀려왔고, 한 사람의 사정을 지나치게 오래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내가 변했다고 여겼다. 예전보다 여유가 없어졌고, 사람을 받아들이는 폭도 좁아진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인내하면 될 일이고, 조금만 더 넉넉한 사람이 되면 다시 괜찮아질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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