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관계는 자연스럽게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 각자의 일상에 쫓겨 살아가다 보면 한때는 계절이 바뀌는 것보다 더 자주 안부를 묻고 얼굴을 보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흐릿한 기억 속에 자리하게 된다. 서로의 속도에 맞춰 걷던 발걸음이 조금씩 달라지고, 연락이 뜸해지면서 나는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서운하다기보다는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것이라고.
그런데 오늘, 참 오래된 친구들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다. 얼마 전 세상에 조심스럽게 내놓은 내 바카라을 축하해 주고 싶다며 점심을 같이 먹자는 이야기였다.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나를 잊고 지내는 줄만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그들은 멀리서도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바카라 한 권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혼자 견뎌야 했던 시간과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이 건네는 축하가 더욱 고맙고 마음에 오래 남는다.
어른이 되고 나면 누군가의 좋은 일을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알게 되는 것 같다. 의례적인 축하가 아니라 정말 내 일처럼 기뻐해 주고, 잘했다며 웃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여전히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지나온 시간들이 괜찮았다고, 잘 살아왔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집을 나서기 전 거울을 보며 오랜만에 만날 친구들을 생각한다. 만나면 별것 아닌 이야기로 웃다가 또 한참을 지난 이야기를 꺼내놓겠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오래전 그때처럼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잊고 지낸 줄 알았다.
서로의 삶에 밀려 조금씩 멀어진 줄만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나 보다.
시간이 흘러도 마음 한편에 그대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내가 잊고 있었다고 생각한 자리에는 여전히 따뜻한 마음이 남아 있었다.
오늘은 그 마음을 만나러 간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과 함께, 지나온 시간을 천천히 웃으며 돌아보는 하루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