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기 무섭게
시선은 자꾸 나무의 끝단을 헤맨다.
아직 햇빛의 밀도가 가시지 않은 늦여름.
나는 굳이 나무 끝에 매달린 잎 하나를 오래 바라본다.
아직 초록인데,
어딘가 조금 마른 듯한 잎맥.
달력의 숫자보다 마음이 먼저 계절을 알아차릴 때가 있다.
우리는 그런 순간이면 계절의 징후를 먼저 찾는다.
바람의 온도에서,
아침저녁으로 달라진 공기에서,
그리고 나무 끝에 아주 조금씩 스며드는 다른 빛에서.
초록이 붉어지는 과정은
무언가를 더해가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씩 비워내는 일에 가깝다고 한다.
여름 내내 쉼 없이 작동하던 엽록소가 조금씩 사라지고,
잎은 자신이 가장 오래 붙들고 있던 초록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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