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의 수가
내 삶의 온도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주말의 빈 달력을 보면 괜히 마음이 불안했고,
대화가 끊길까 봐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안부를 먼저 건네곤 했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면 좋겠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관계가 오래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자주
내 마음보다 상대의 마음을 먼저 살폈다.
언제부터였을까.
사람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로가 오래 남기 시작했다.
분명 즐겁게 웃었는데 마음은 조금 지쳐 있었다.
맞지 않는 옷을 하루 종일 입고 있었던 것처럼
편하게 숨 쉬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나는 사람을 좋아해서 관계를 이어온 게 아니라,
관계를 잃는 것이 두려워 애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힘을 빼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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