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부피를 줄이고 나서야 보인 것들

byLiA

예전에는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의 수가

내 삶의 온도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주말의 빈 달력을 보면 괜히 마음이 불안했고,

대화가 끊길까 봐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안부를 먼저 건네곤 했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면 좋겠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관계가 오래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자주

내 마음보다 상대의 마음을 먼저 살폈다.


언제부터였을까.


사람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로가 오래 남기 시작했다.


분명 즐겁게 웃었는데 마음은 조금 지쳐 있었다.

맞지 않는 옷을 하루 종일 입고 있었던 것처럼

편하게 숨 쉬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나는 사람을 좋아해서 관계를 이어온 게 아니라,

관계를 잃는 것이 두려워 애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힘을 빼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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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강은정(LiA)의 이야기.계절의 변화와 스쳐 지나가는 풍경,마음에 오래 머무는 감정들을 기록합니다.말하지 못한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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