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것은 내 몫이 아니어서

byLiA

종이배 하나를 물 위에 띄워놓고

강둑에 우두커니 서 있는 기분이다.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모서리를 반듯하게 접어

물결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것까지였다.


손을 뗀 순간부터

배가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는 내 몫이 아니었다.


잔잔한 수면을 따라 천천히 흘러갈 수도 있고,

갑자기 거친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다.


내가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물길을 바꿀 수도 없고,

바람을 불러와 배의 방향을 틀 수도 없다.


손끝에 남아 있던 온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다는 사실과 마주한다.


그때부터 시선은 자꾸만

강 하류 어딘가에 머문다.


세상에는

내 힘으로 열 수 없는 문도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열쇠가 내 손에 있다면

온몸을 던져서라도 열어보겠는데,


문고리는 저편에 달려 있고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들려오지 않는다.


그 묵직한 적막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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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강은정(LiA)의 이야기.계절의 변화와 스쳐 지나가는 풍경,마음에 오래 머무는 감정들을 기록합니다.말하지 못한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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