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감정은
어쩌면 나를 의심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깊어질수록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내 모습이 하나둘 드러난다.
좁은 욕심과
옹졸한 질투,
상대의 마음을 알고 싶다는 마음을 넘어
내 뜻대로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마음 안에
이런 것들이 함께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면
나는 조금 당황스러워진다.
사랑은 때로 가장 황홀한 축복이지만,
동시에 내가 얼마나 미숙하고 부족한 사람인지
가차 없이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주 사랑을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빈 곳을 채우고,
서로의 삶에 깊이 스며들어
마침내 하나처럼 살아가는 것.
하지만 너무 가까이 겹쳐진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서로의 숨을 막히게 할 수도 있다.
상대가 나와 같기를 바라고,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해주기를 바라는 순간
사랑은 조금씩 소유에 가까워진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낀다는 건
그 사람을 내 세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서 있는 낯선 세계에
조심스럽게 한 발 내딛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곳을 다 알 수 없고
그 사람의 모든 마음을 이해할 수도 없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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