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가장 성공한 사람
내가 직접 만나본 사람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람을 꼽으라면, 아마 첫 온라인 게임의 이사장님일 것이다.
전문의가 되어 처음 슬롯에 나왔을 때, 이사장님은 이미 반세기 가까이 의사로 살아오신 분이었다. 나는 막 출발선에 섰고, 이사장님은 한 시대를 거의 다 지나오고 계셨다.
병원에서 마주치는 이사장님은 의외로 소탈했다. 작은 체구로 병원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셨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내리셨다. 시설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내가 막연히 그려왔던 '병원 이사장님'과는 꽤 거리가 있었다.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새로 온 과장들과 함께 저녁 자리에 초대받았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식당이었다. 그날 이사장님은 오래 이야기를 하셨다. 의사였던 아버님 이야기, 전쟁 이야기, 병원을 잃었다가 다시 일으킨 이야기. 서울에 막 높은 건물이 올라가던 시절, 아는 분을 따라 꼭대기에 올라가 보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내게는 역사바카라 속 사건들이 그분에게는 자기 삶이었다. 그제야 우리 사이에 놓인 시간의 길이가 조금 실감 났다.
이사장님이 상당한 자산가라는 건 일하면서 차차 알게 됐다. 병원 말고도 주변 건물이며 부동산이며, 오랜 세월 쌓아온 것이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면 부자를 만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무엇을 얼마나 가졌는지, 어디서 돈을 벌었는지 말씀하시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대신 자주 꺼내신 건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였다. 병원을 옮긴 뒤 주변에 경쟁 병원이 하나둘 들어서던 때, 정말 망할 수도 있겠다 싶었던 때.
"오래 해보니까, 실력이 제일 좋은 사람이 끝까지 남는 게 아니더라고. 끝까지 남는 것도 실력이야."
솔직히 그때는 대단하게 들리지 않았다. 젊은 사람에게 버티라는 말은 너무 흔한 조언이었고, 막 전문의가 된 나에게는 오래 버티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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