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를 다시 보고
《8월의 크리스마스》를 다시 봤다.
두 번째였다.
처음 봤을 때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이상할 정도로 많이 울었다. 몇몇 장면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물론 슬픈 영화다.
죽음을 앞둔 남자가 있고, 그 사실을 모르는 여자가 그를 좋아하게 된다. 두 사람은 가까워지지만 결국 함께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슬퍼서 운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아름다워서 울었다.
나는 원래 신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죽음 앞에서 쏟아지는 눈물 같은 이야기는 조금만 잘못 다뤄도 감정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8월의 크리스마스》는 이상할 정도로 그런 장면들을 피한다.
정원은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죽음이 두렵다고 울부짖지도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병을 털어놓으며 마지막 사랑을 완성하려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별것 아닌 장면들을 오래 바라본다.
사진관에서 손님을 맞는 일.
친구들을 만나는 일.
아버지에게 리모컨 사용법을 알려주는 일.
술을 마시고 친구와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일.
그리고 다림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일.
처음에는 이런 장면들이 로맨스의 주변부처럼 보였다.
두 번째로 영화를 보고 나서야 생각이 달라졌다.
어쩌면 이것들이야말로 영화의 중심이었던 것 같다.
정원은 죽음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짜증이 날 만한 상황에서도 웃고,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고, 자신이 사라진 뒤 남겨질 사람들을 위해 조금씩 무언가를 준비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을 대단한 희생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그저 평소처럼 살아간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사진을 찍고, 농담을 하고, 다림을 만난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죽음을 앞둔 남자의 사랑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죽음을 앞둔 한 사람이
마지막까지 어떻게 삶을 살아내는가에 관한 이야기에 가깝다.
사실 우리도 모두 시한부다.
다만 기한을 모를 뿐이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
그래서 영원히 살 것처럼 하루를 보낸다.
내일도 있을 것 같고, 다음 주도 있을 것 같고, 내년 여름도 당연히 찾아올 것 같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보면 조금 다른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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