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경쟁심이 사라진 자리
지방에서 펠로우를 하던 시절이었다.
병원 안을 걷다가 산부인과 앞에서 낯익은 얼굴을 봤다.
의대 동기였다.
서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마주친 터라 처음에는 몇 초 동안 얼굴만 쳐다봤다.
“네가 여기 왜 있어?”
내가 먼저 물었다.
친구는 웃으며 산부인과 쪽을 가리켰다.
“와이프가 여기서 애 낳아요.”
그 말을 듣고서야 상황이 이해됐다.
그런데 한 가지가 더 궁금했다. 내가 알기로 그 친구는 졸업 후 서울에서 수련을 받았고, 안과 의사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지방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에 있다가 잠깐 내려왔어요. 여기가 페이가 좀 세서.”
그리고는 말했다.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데 형 만나니까 진짜 반갑네요.”
나도 반가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얼굴을 보고 있으니 아주 오래전의 감정 하나가 함께 떠올랐다.
열등감이었다.
의대생 때 그 친구와 나는 이름이 비슷했다. 그래서 가나다순으로 실습조를 짜면 자주 같은 팀에 배정됐다.
문제는 실습 성적이 팀 안에서도 상대평가였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거의 항상 A였다.
나는 잘 받으면 B, 아니면 C였다.
당시에는 성적에 별 관심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시험 하나, 실습 하나에 목숨 거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친구와 같은 조가 되면 묘하게 마음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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