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등은 왜 그렇게 아름답고 무서웠을까

장예모의 「홍등」, 억압은 어떻게 욕망의 얼굴을 갖는가

by키튼

장예모 감독의 『홍등』을 보고 나오면서 좋은 문학 작품 한 편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아버지가 죽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진 스무 살의 송련은 부잣집의 네 번째 부인으로 들어간다. 그 집에는 이미 세 명의 부인이 있다. 남편은 매일 밤 어느 부인의 방에서 잘 것인지를 정하고, 선택받은 부인의 집에는 붉은 등이 켜진다.

홍등이 켜진 집의 부인은 발마사지를 받고, 음식 메뉴를 정하고, 하인들에게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처음 송련은 이런 것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영화 초반의 그녀는 흰옷을 입고 자신의 짐을 직접 들고 걷는다. 첩으로 들어가는 것 역시 자신이 결정했다고 말한다. 물론 아버지가 죽고 가세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그것을 온전한 자유의지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그래도 송련에게는 적어도 자신의 삶을 자신이 결정하고 있다는 감각이 있다.

그런데 이 집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달라진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홍등이 점점 중요해진다.

자신의 집에 등이 켜지지 않으면 허전해지고, 다른 부인의 집에 등이 켜지면 신경이 쓰인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발마사지 소리조차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선택받지 못했다는 신호처럼 들린다.

결국 송련도 경쟁에 뛰어든다.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다른 부인들의 약점을 찾고, 자신에게 반항하는 하녀를 벌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누군가가 송련에게 “경쟁하라”고 강요하는 장면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그저 규칙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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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을 들여다보는 의사이자, 내 마음과 삶도 천천히 관찰하는 사람입니다. 일과 일상 사이에서 발견한 것들, 겁이 나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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