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즈키 아사코의 『버터』를 읽고
유즈키 아사코의 『버터』는 기자 리카가 살인 혐의로 수감된 가지이 마나코를 취재하면서 시작한다. 마나코와 관계를 맺었던 여러 남자가 죽었고, 그녀는 그 죽음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마나코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팜 파탈과는 조금 다르다.
슬롯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날씬한 몸도 아니고, 사람을 압도하는 화려한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녀와 관계를 맺었던 남자들은 하나같이 마나코에게 깊이 빠져든다.
그래서 바카라을 읽는 내내 나는 궁금했다.
마나코는 정말 그 남자들을 죽였을까.
죽였다면 대체 어떻게 죽였을까.
상당히 긴 소설을 끝까지 읽었지만 기대했던 해답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살인의 구체적인 방법도, 사건의 전모도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조금 허무했다.
그런데 바카라을 덮고 나서야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버터』가 집요하게 추적하는 것은 한 여자가 사람을 어떻게 죽였는가가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결핍을 알아보고 그 욕망 속으로 들어가 어떻게 그 사람을 지배하는가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음식이 있다.
리카는 처음부터 마나코를 쉽게 만나지 못한다.
마나코는 기자들의 면회 요청을 거절한다. 특히 자신을 평가하고 판단하려는 여성 기자들을 싫어한다. 그러던 중 리카의 친구 레이코가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살인사건을 묻지 말고, 요리를 물어보라는 것이다.
리카는 마나코에게 음식에 관한 질문을 보낸다.
그리고 마침내 답장이 온다.
그때부터 마나코는 리카에게 이상한 과제를 내기 시작한다.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먹어보라고 하고, 라면에 버터를 듬뿍 넣어 먹어보라고 한다.
처음에는 취재를 위한 일이었다.
그런데 먹기 시작하면서 리카 자신이 변한다.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배고픔을 참아왔는지,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욕망을 얼마나 당연하게 억누르고 살아왔는지를 깨닫는다.
마나코는 그런 리카에게 말한다.
먹고 싶은 것을 먹으라고.
욕망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자신의 쾌락을 스스로 허락하라고.
그 말은 꽤 매혹적이다.
특히 슬롯가 여성에게 끊임없이 요구해 온 것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날씬해야 하고, 단정해야 하고, 욕망은 있더라도 지나치게 드러내서는 안 된다. 배가 고파도 조금 먹어야 하고, 많이 먹더라도 죄바카라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 세계에서 버터를 듬뿍 넣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은 생각보다 급진적인 행동이다.
리카 역시 점점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살이 찐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진다.
리카는 여전히 같은 기자다. 일하는 능력이 갑자기 떨어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 몸이 변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자기 관리가 부족한 사람의 이미지를 읽어낸다.
나는 이 부분이 꽤 불편했다.
우리 역시 너무 쉽게 사람의 몸에서 그 사람의 성격을 추론하기 때문이다.
날씬하면 부지런할 것 같고, 살이 찌면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것 같고, 단정하면 성실할 것 같고, 흐트러져 있으면 삶까지 흐트러져 있을 것처럼 생각한다.
특히 여성의 몸은 더욱 쉽게 평가의 대상이 된다.
마나코는 바로 그 시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인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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