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다가 몇 번이나 영화를 끌까 고민했다.
처음 한 시간은 솔직히 좀 힘들었다.
배우이자 연출가인 가후쿠의 아내 오토는 정사를 나누는 동안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저 상황에서 저렇게 말을 많이 할 수 있나 싶었다. 로맨스인지 미스터리인지,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봐야 하는 영화인지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가후쿠가 예상보다 일찍 집에 돌아와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다.
그런데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조용히 집을 나간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내와 영상통화를 한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어느 날 오토가 저녁에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가후쿠는 집에 돌아가는 것을 미룬다. 그리고 그날 아내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그는 끝내 아내가 하려던 말을 듣지 못한다.
여기까지 보고 나서야 문득 생각났다.
아, 이거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이었지.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도 비슷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영화도 일단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가후쿠의 침묵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눈앞에서 그런 일을 보고도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을까. 궁금하지도 않은 걸까. 화가 나지도 않는 걸까.
그런데 영화를 따라가다 보니 그가 입을 다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내가 무슨 말을 할지 두려웠을 것이다.
묻고 나면 지금까지의 관계로 돌아갈 수 없을까 봐. 듣지 않고 넘어가면 적어도 오늘까지는 함께 살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자 그를 쉽게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가후쿠는 히로시마에서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연출한다.
배우들은 일본어와 중국어, 수어처럼 서로 다른 언어로 대사를 주고받는다. 처음에는 저렇게 해서 연극이 되나 싶었다.
그런데 연습 장면을 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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