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살, AI에게 길을 묻다

새로운 세상과의 연결을 놓지 않는다는 것

by키튼

얼마 전, 아흔 살이 넘은 어르신 한 분이 진료실에 오셨다.

진료 전부터 조무사가 조금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원장님, 이 할아버지 아흔이 넘으셨는데 혼자 오셨어요.”


나도 모르게 약간 긴장했다.

아흔이 넘은 환자가 보호자 없이 혼자 진료실에 오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귀가 잘 들리지 않거나,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검사나 치료에 대해 설명할 일이 생기면 보호자에게 다시 연락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진료실 문이 열리고 어르신이 들어오자 그런 걱정은 금세 사라졌다.

너무 정정하셨다.

보청기도 하지 않았는데 내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고, 자신의 증상을 정확하게 설명했다.

문제는 구토였다.

뭔가를 잘못 먹은 것 같다고 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연세도 많고 구토가 계속되고 있어 나는 검사를 권했다.


“연세도 있으시고 계속 토하셨으니까, 한 번 검사를 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어르신은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검사를 마치고 진료실을 나가던 어르신이 갑자기 한마디를 덧붙였다.

“사실 나는 병원 안 오려고 했어요.”

그러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내가 쓰는 AI가 의사한테 한번 가보라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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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을 들여다보는 의사이자, 내 마음과 삶도 천천히 관찰하는 사람입니다. 일과 일상 사이에서 발견한 것들, 겁이 나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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