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내 무대였다

by이룸

어릴 때 친척 형이 연못에서 죽었다. 그 일이 있은 뒤 수영은 절대 금지였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물 가까이 가는 것조차 조심했고 나 역시 그곳에서 수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곳은 내게 가장 편안한 장소가 되었다.

여름의 더위는 싫었다. 낮에는 나무를 하고 소에게 물을 주고 논과 밭을 오가며 일을 해야 했으니 더위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학교에서 돌아와도 쉬기 전에 해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집은 좁았고 공부할 바카라상도 없었다. 혼자 들어가 마음을 가라앉힐 만한 공간은 더더욱 없었다.

방 안에는 아버지가 피우던 담배 냄새가 가득했다. 담배를 피우고 난 뒤에도 냄새는 쉽게 빠지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벽과 천장까지 누렇게 변했다. 오래 밴 찌든 냄새는 방 안에 머물렀다. 그곳에 있으면 숨을 쉬는 것조차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부모님이 잠든 늦은 밤이면 몰래 집을 나섰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친척 형의 죽음도 알고 있었고 수영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한 일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위험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집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달이 떠 있는 밤이면 물에 들어가 배영을 했다. 등을 물에 맡기고 누우면 시야가 온통 하늘로 열렸다. 달이 떠 있었고 별도 보였다. 하루 종일 일을 하느라 굳어 있던 몸을 물에 맡기고 있으면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됐다. 좁은 방도, 바카라상 하나 없는 생활도, 벽에 밴 담배 냄새도 그 순간만큼은 생각나지 않았다.

물 밖으로 나오면 산을 바라보며 가곡을 불렀다. 반주도 없고 관객도 없었다. 기억하고 있던 가락을 따라 마음껏 목소리를 냈고 음이 조금 흔들려도 상관없었다. 산을 향해 소리를 내도 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편했다.

노래를 부르다가 혼잣말을 시작하기도 했다. 하루 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이 있었다. 속상해도 말하지 못했고 화가 나도 마음대로 드러낼 수 없었다. 집에서는 해야 할 일이 먼저였고 학교에서도 내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혼자 있게 되면 그동안 삼켜두었던 말을 하나씩 꺼냈다.

연극배우가 된 것처럼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듯 대사를 하기도 했다. 하고 싶었던 말을 큰 소리로 외치기도 했고, 억울했던 일이 떠오르면 혼자 울분을 쏟아냈다. 아무도 듣지 않는다는 사실이 편했다. 가끔은 울기도 했다.

한참 그렇게 있다 보면 가슴속에 차 있던 것이 조금씩 빠져나갔다. 한 시간쯤 지나 집으로 돌아갈 때면 다시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에 돌아가면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음 날이면 다시 학교에 가야 했고, 돌아오면 해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방도 그대로였고 담배 냄새도 그대로였다. 그래도 다시 그 생활 속으로 들어갔다. 그 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그것을 특별한 휴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힐링이라는 말도 몰랐다. 지친 하루를 보내고 나면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곳에 가면 됐다. 누구에게 칭찬받을 일도 아니었고 누군가 알아줄 필요도 없었다.

여름밤이면 반딧불이가 나타났다. 풀숲 사이에서 작은 불빛이 켜졌다가 사라졌고, 한 곳에서 반짝이던 빛이 어느새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나는 그 불빛을 바라보다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물 위에 비친 달빛과 풀숲의 작은 불빛이 어둠 속에서 함께 흔들렸다.

나는 다시 노래를 불렀다.

그때의 산은 내 무대였다. 반딧불이는 조명이었고 달빛은 무대 위에 드리운 막처럼 느껴졌다. 관객은 없었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노래하고, 말하고, 때로는 울 수 있었다.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지만 박수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친척 형의 죽음 이후 수영이 금지된 곳에서 나는 몰래 물에 몸을 띄웠다.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밤이면 그곳으로 향했다. 물에 등을 대고 누워 별을 바라보고, 물 밖으로 나와 산을 향해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 반딧불이가 나타나면 한동안 그 작은 불빛을 바라보았다.

한 시간쯤 지나면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이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학교에 갔고, 돌아오면 다시 일을 했다. 누구에게도 밤에 어디에 다녀왔는지 말하지 않았다.

그 시절 내게는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었다.

여름밤이면 나는 반딧불이가 켜지는 그곳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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