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긴장을 대신 떠받쳐온 근육에 대하여
저녁 수업에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이것이다.
“어깨에 힘 빼세요.”
낮 수업보다 저녁 수업에서 이 말을 더 자주 하게 된다.
하루 종일 슬롯생활을 하고 온 사람들의 어깨는 대개 조금 올라가 있다. 턱은 단단히 닫혀 있고, 목은 짧아져 있으며, 숨은 가슴 위쪽에서 얕게 오간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오래 보아서일 수도 있고, 무거운 가방이나 익숙한 자세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긴장이 있다.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긴장의 연속인 회사에서 하루를 보낸 사람, 가족을 돌보느라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한 사람의 몸에는 아직 퇴근하지 못한 긴장이 남아 있다. 회사에서는 견뎠고, 지하철에서는 참았으며,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도 몸은 여전히 다음 상황에 대비한다.
그리고 저녁 필라테스 수업에 와서야 듣는다.
“이제 어깨에 힘을 빼셔도 돼요.”
하지만 그 말 한마디로 힘이 빠지지는 않는다.
화를 참다 보면 숨까지 참게 되듯, 마음이 긴장하면 몸도 함께 굳어진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다문 입과, 흔들리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세운 목과, 무언가를 계속 떠받치기 위해 올라간 어깨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우리가 흔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고 말할 때 실제로 어깨라는 한 부위에만 힘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 목과 어깨뼈, 가슴과 팔을 잇는 여러 근육이 함께 관여한다. 그중 겉으로 가장 쉽게 드러나는 곳이 목에서 어깨 윗선으로 이어지는 상부승모근이다.
승모근은 뒤통수와 목에서 시작해 등 위쪽까지 넓게 이어지는 큰 근육이다. 그중 상부승모근은 뒤통수와 목에서 어깨 바깥쪽으로 이어지는 부분으로, 어깨를 으쓱할 때 도드라지는 바로 그곳이다. 팔을 들어 올릴 때 견갑골이 적절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돕고, 팔과 어깨의 움직임을 안정시키는 데에도 참여한다.
수업 중 상부승모근이 과하게 도드라지거나 팔을 움직일 때마다 어깨뼈가 필요 이상으로 따라 올라가면 강사들은 흔히 말한다.
“어깨에 힘 빼세요.”
엄밀히 말하면 상부승모근을 사용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어깨를 무조건 아래로 끌어내리라는 뜻도 아니다.
우리가 날개뼈라고 부르는 견갑골은 팔의 움직임에 따라 위로도, 아래로도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한다.
내가 말하는 ‘힘을 뺀다’는 것은 지금 하는 동작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동원된 힘을 줄여보자는 뜻에 가깝다. 목과 어깨가 모든 움직임을 먼저 떠맡지 않도록 하고, 견갑골과 팔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움직일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상부승모근은 나쁜 근육도, 쓰지 말아야 할 근육도 아니다. 팔을 움직이고 자세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하다.
문제는 이 근육이 다른 근육들과 일을 나누지 못한 채 필요 이상으로 동원되거나, 일이 끝난 뒤에도 긴장을 놓지 못하는 데 있다.
동물은 위협을 느끼면 몸을 크게 만들어 자신의 힘을 드러내거나, 반대로 몸을 웅크려 연약한 곳을 감춘다. 인간의 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위축되지 않으려고 가슴을 들고, 만만해 보이지 않으려고 어깨를 넓힌다. 흔들리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턱과 목을 굳힌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안으로 말아 세상으로부터 몸의 앞면을 감춘다.
몸을 크게 만드는 것과 작게 움츠리는 것은 서로 반대처럼 보이지만, 둘 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이 선택한 자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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