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보다는 질과 가치를 중시하는 이탈리아의 식문화
1986년 3월 20일 로마의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 이탈리아인들에게 있어 도시와 국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곳이자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토를 먹던 그곳에 거대한 황금색 문양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로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브랜드 '맥도널드'가 이탈리아 로마에 최초로 문을 열은 것이죠. 미국식 그것도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수도 로마에 세워진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던 한 이탈리아 인은 동료를 모아 파스타와 포크를 들고 투쟁 시위를 벌입니다. 그는 바로 피에몬테 출신의 미식 저널리스트 카를로 페트리니. 그는 로마 맥도널드 개점 항의 이후 곧바로 그의 고향 피에몬테에 미식 문화 단체인 Archigola를 출범시킵니다. 그리고 1989년 파리 오페라 코미크에서 15개국 대표와 함께 다음과 같은 국제 슬로푸드 선언문을 발표하죠.
"Fast life의 보편적 광기에 대한 방어로, 우리는 Slow food를 선택한다."
이처럼 수천 년 이어져 온 이탈리아 식문화에 대한 존엄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슬로 푸드'라는 느림의 미학을 선보인 철학이 바로 '아르치골라' (Arcigol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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