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비사비 │불완전함과 덧없음의 미학

미학을 넘어 일본 사람들의 삶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철학

by홍윤표

지어진 지 오래된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시간이 빚어낸 자리가 학교 이곳저곳에서 드러납니다. 이를테면 균열된 부분을 페인트로 덧댄 흔적, 바카라걸상과 사물함 구석구석에 자리한 먼지 때들이 그것이죠. 신학기를 앞두고 학교에서 예산을 활용해 대청소를 진행하긴 하지만 오래 때 묻은 세월의 흔적들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그런 모습이 마냥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수십 년을 학생들의 발길과 호흡을 온전히 받아낸 복도의 질감과 온기, 학교 담벼락 빛바랜 벽돌과 그 사이에 무성하게 낀 이끼에서 묘한 평온함이 느껴집니다. '세월은 가도 노래는 남아 흘러간 시절이 그리워지는 옛 노래'라는 노래 가사처럼 오래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그 속에서의 은근한 깊이를 음미하는 일본 특유의 철학을 '와비사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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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비사비'(Wabisabi)라는 단어는 본래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하나의 단어로 합쳐진 합성어입니다. 『매일매일, 와비사비』를 쓴 베스 켐프턴에 따르면, '와비'라는 단어는 '차분한 정취'라는 의미로 온통 물질적인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발견하는 조용한 만족감을 뜻합니다. 이는 일본의 다도 철학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데요. 유난히도 작고 단순한 다실을 볼 때 느껴지는 오묘한 고요함과 고독함이 그것입니다. 한편 '사비'라는 단어는 '고색창연함, 오래된 모습'의 의미로 '녹슬다, 늙어가다'를 말하는 '사비루'라는 동사에서 파생되었습니다. 사용하고 낡아가는 과정에서 드러내는 아름다움을 말하는데요. 그는 '어느 농가 주택에 놓인, 애정 어린 손길로 매만져 은은하게 닳은 낡은 식탁의 나뭇결'에서 사비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식탁의 결 하나하나에 모든 것들이 성장하고 사멸하는 스토리도 녹아있고 동시에 생명의 덧없음, 슬픔이 은근하게 묻어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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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아빠 육아 시점 』출간 작가. 15년차 서울에서 근무하는 초등학교 교사이며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ENFJ입니다. 인스타그램 : @tsensrigh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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