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단순 노동이 아닌 '자아실현'이라는 그리스 철학
통산 221승을 기록한 일본의 전설적인 투수, 미나가와 무츠오는 신인 시절 이미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라섭니다. 승패의 추가 이미 많이 기운 데다가, 상대편도 하위 타선이고 해서 적당히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졌습니다. 누가 봐도 완벽한 스트라이크였으나 니데가와 심판은 단호하게 '볼'을 외쳤습니다. 어이없는 판정에 화가 난 미나가와는 심판에게 항의하자 심판은 다음과 같은 호통을 쳤습니다. "마음이 담겨 있지 않으니까, 볼이다!"라고 말이죠. 아무리 궤적이 정확해도 던지는 이의 정성과 혼이 담기지 않았으니 감히 스트라이크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고 이는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그 후 미나가와는 '단 한 구를 던지더라도 혼을 담겠다.'는 신념을 장착한 뒤 일본 프로야구 사상 마지막 30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합니다.
이처럼 어떤 일을 할 때 자신의 영혼과 창의성 그리고 정성을 온전히 쏟아붓는 것을 그리스어로 '메라키(Meraki)라고 합니다. 메라키는 '관심, 열망'의 뜻을 가진 티르키예어 'merak'에서 유래했는데요. 문화가 그리스로 넘어오면서 '자신의 일부를 작업물에 남긴다'는 더 깊은 예술, 철학의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결과물보다는 그 일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과짐과 열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화가가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가가 연주를 할 때 자신의 감정과 영혼을 작품에 투영하는 것은 메라키가 반영된 행위라고 봅니다. 이것은 비단 예술이나 문학에만 국한된 용어가 아닙니다.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에도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것, 음식을 만들 때 먹는 사람을 생각하며 정성과 사랑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 등이 전부 메라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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