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2호선 순환선의 다른 풍경》

지하철 로맨스 표지 진수지 @kalimakeanother

by유주애

"그때... 현대자동차 다니신다고 했잖아요."


[그게.... 꼭 도전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만뒀어...! 어리석게도... 하하.]


"네?!"


[내가 하고 싶은 게.. 프리랜서 일이다 보니까.... 온라인 게임을 다니면서 병행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 게임을 그만뒀는데.... 이 사람은.... 자신의 꿈을 위해서 온라인 게임을 그만뒀구나.....'


나에게도 '작가'라는 꿈이 있었다. 첫사랑이었던 오빠가 배우를 꿈꾼다고 해서, 그럼 나는 작가가 되어야지 하고 결심을 한 게 시작이었다. 어느덧 작가의 꿈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연애에만 골몰해 있었던 게 아닐까. 나에게 연애가 그렇게 중요했나?


[수아야. 우리가 그날 홍대입구에서 우연히 만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만날 운명이었을까?]


수화기 너머로 낮게 깔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황민현이었다. 그와 이런 식으로 다시 전화통화를 하게 되리라고는 짐작도 못 했던 일이었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그날 홍대입구에서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더라도.... 결국에는 다시 만날 운명이었던 것일까?


'정말로 운명이라는 게 있는 걸까? 그렇다면....'


그렇다면. 기다림 코치님과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어질 수 있을까....?


[일단 다음 주부터 출근해 줬으면 좋겠는데 혹시 가능해?]


"네. 가능해요."


[아직 출근이 확정된 게 아니라서 면접을 봐야 해. 내가 부매니저라서 당분간 계속 연락을 줄 거 같아. 괜찮아?]


현대자동차를 그만두고도 부매니저부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잘은 모르겠지만... 전에도 코스메틱 쪽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것일까?


"네. 괜찮아요."


[그럼 내일 면접 봤으면 좋겠는데 가능해?]


"따로 일하고 있는 게 없어서.... 가능해요."


[좋네. 그럼.... 삼성역 코엑스에 있는 로망띠끄 로드샵으로 와 주면 어떨까 싶어~]


"을지로나 명동 쪽이... 아니고요?"


[아! 아직 못 들었구나 수아야, 미안미안. 이번에 코엑스점이 새로 오픈하면서 매니저님이랑 나도 다 이동하게 된 거거든. 그래서 신규 멤버를 뽑고 있는 거기도 하고. 내일 아마 수아 말고 몇 명 더 면접 보러 올 거 같아... 물론 수아만큼... 훌륭한 사람은 없겠지만... 하하..]


"네... 알겠습니다."


늘 당연하게 출근하던 출근길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 마음이 복잡해진다. 매일 [을지로 4가]에서 기다림 코치를 만나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왜 곁에 있을 때는 정작 그의 소중함을 몰랐던 것일까.


[그럼 내일 아침에 모닝콜로 깨워줄게.]


"네?"


[아아... 오해하거나 부담 갖지는 말고... 그냥...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괜찮겠어 수아야? 미안.]


"아녜요... 감사하죠."


[그래. 그럼 내일 아침에 다시 연락할게. 오늘 하루도 힘내...!]


"네 감사합니다."


내가 통화를 끝내자, 주선우가 나를 멀뚱멀뚱 바라본다.


"왜 그렇게 봐?"


"슈슈. 부매니저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그... 냥... 뭐....."


선우와는 어린 시절부터 오래 알고 지낸 사이지만, 황민현 오빠와 알던 시절과는 절묘하게 겹치지 않았다. 그 당시 선우는 캐나다로 유학을 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첫사랑이 황민현이었음을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었다.


"여자들이 그런 얼굴. 좋아하지 않나?"


"어....?"


"만화를 찢고 나온 느낌이잖아. 좀.. 현실감 없는. 그리고 뭔가... 눈동자가 되게 동그랗고 큰 느낌이야... 부매니저...."


"네가 부매니저한테 반한 거 같은데?"


그러자 선우는 자신의 긴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아니. 부매니저가 나에게 반한 거지. 그리고 슈슈가 아무리 부매니저한테 관심 있다고 해도~ 슈슈 같은 만두는... 나나 되니까 상대해 주는 거지. 에헴."


'이상하다. 첫사랑의 애틋함은 온 데 간 데 없다. 그를 실물로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언젠가 그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심코 두근거리고는 했었는데.'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그 모든 감정을 덮어버린 존재가 바로 [연애 코치 기다림]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를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럼 우리 내일 삼성역에서 만나는 거지?" 내가 짐을 챙겨서 일어나며 물었다. 주선우는 앉아있는 채로 나를 멀뚱멀뚱 바라본다.


"어?... 어어."


"오늘은 나... 먼저 갈게."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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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바다주 대표▫소설가 | 뮤지컬 작가▫️제 10회 통일로가요제 대상 수상 작사가 |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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