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로맨스 표지 진수지 @kalimakeanother
"그래요. 이렇게 해 줘요. 기다림 씨가 내 화장을 망치면. 저 여자를 잘라주세요."
"네?"
"이곳에. 여자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녀의 손가락이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자탈의실조차 없는 이질적인 공간에서, 나는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어울려보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첫 단추부터 삐걱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내 편을 들어줄 줄 알았던 선우가 "알겠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마치 그 여사님께 약점이라도 잡힌 것 마냥 고분고분한 태도였다.
'뭐지, 저 여사라고 불리는 사람.... 그냥 일반 고객이 아닌 건가....?'
"어떻게 할 거야? 기다림 씨. 할 거야?" 기다림에게 묻는 선우의 목소리에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다.
기다림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화장을 해 본 사람이라면 화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겠지만, 나는 기다림 코치가 화장을 한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황제훈은 뷰티 유튜버를 할 만큼 메이크업에 능숙했지만, 모든 남자가 그 같을 리 없었다.
여사님이 앉은 의자 옆에는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들이 늘어져 있었다. 여사님의 얼굴에는 이미 어느 정도 화장이 되어있었다. 원래대로라면 클렌징워터로 여사님의 화장을 지우고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당연한 것조차 상상할 수 없었던 기다림은, 갑자기 컨실러를 집어 들었다.
'왜.. 갑자기 저걸... 드는 거지....?'
그가 그걸 들자 우리 모두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다림은 우리들의 표정을 본 후, 다시 컨실러를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그가 다음으로 집어든 것은 아이라이너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나는 그에게 '그걸 지금 쓸 순서가 아니에요...'라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아이라이너의 생김새를 내려다보았다.
"왜 붓펜이 여기 있지...?"라고 그가 중얼거렸다.
"아니, 매니저. 이 사람 화장품에 대해 전혀 모르는 거 아녜요?" 여사님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로 주선우를 바라보았다.
"네. 내일부터 일하기로 한 신입입니다."
"생김새는 반반하게 생겨가지고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네?"
"......."
기다림은 저런 심한 말을 직접적으로 들어본 적이 있었을까? 악플 말고 실제로 그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로드샵에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하대를 받는다는 게 자존심 상하는 느낌이었다.
'모든 직업에 귀천이 없는데... 왜 저 여사님은 마치 우리를 자신의 시종처럼 부리려고 하지....?'
"잠깐만. 그러고 보니까 이 사람.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얼굴 같은데...? 왜 낯이 익지....?"
"당연히 보신 적이 있겠죠." 옆에서 듣고 있던 황제훈이 옆에서 거들었다. "요즘 워낙 핫한 사람이니까."
"..... 요즘 핫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왜 요즘 핫하다고 하는 건지, 아님 '핫하다'라는 말뜻을 이해 못 한 건지, 아무튼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튼, 내 메이크업을 잘해 줄 거 같지도 않으니까."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손가락 끝으로 나를 가리켰다. "약속대로 저 여자를 잘라요. 클럽 로망띠끄에 여직원이 가당키나 해?"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말 끝마다 '여자', '여직원' 타령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마치 클럽 로망띠끄의 점주라도 되는 양, 함부로 말하고 있었다. 주선우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왜.... 내가 아니라 저 여사님이란 사람 편을 드는 거지...? 그게 고민할 일이야....? 저 여사님이 누군데...? 고객이 직원을 자를 수 있다고...??'
나도 온갖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그때, 기다림이 말했다.
"일주일. 일주일만 주세요."
"뭐? 일주일?"
우리 모두가, 도대체 기다림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고 있는 건지를 집중해서 들었다.
"일주일만 주시면, 그땐 완벽한 메이크업을 해 드릴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 그래? 그렇게 하겠다고?"
'기다림 코치한테... 메이크업을 가르쳐줘야겠네....'
"네."
"대신, 클럽 로망띠끄의 제품만을 사용해서 해야 해."
".... 알겠습니다."
"잠깐만. 뭔가 생각날 거 같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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