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사라지면 안 돼요, 내 곁에 있어요》

지하철 로맨스 표지 진수지 @kalimakeanother

by유주애

"내가..... 사라지는 걸 허락해 줘 한수아."


그의 표정을 통해 나는.... 그가 하는 모든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사람... 정말 사라지려고 하고 있어....'


그동안 그가 내 곁에 있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내 무릎 위에 있는 스티치 인형을 내려다보았다. 스티치의 가슴팍에 그려진 베트맨 로고가 아까보다도 더 커다랗게 다가온다.


'오늘이... 마지막이면 어떡하지. 정말 이대로.... 사라지시면 난... 어떡하지?"


"허락 못 하면요?"


"어...?"


"제가 허락 못 한다고 하면... 안 사라지실 건가요?"


또다시 그 표정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 아무 말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계속 그 표정, 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원했던 것은 달달한 표정과 황홀한 시간들이었는데.


"저를 지켜주겠다고 하셨잖아요. 늘 제 곁에... 있겠다고 하셨잖아요. 다른 사람 만나도 좋으니까.... 마지막에는 꼭 기다림 코치님께로 가 달라고 하셨잖아요. 그게 다 거짓말이었어요?"


"아니야. 나 반드시... 다시 돌아올게."


"비겁해요."


"....."


"왜... 제가 고백을 하니까... 이 타이밍에 사라진다고... 하시는 건데요...? 왜 하필... 제 마음이.... 바뀌었을 때....."


울지 않을 것이다. 매번 우는 모습만 보이는 찌질하고 나약한 모습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정말로 그럴 거라면.... 나는 해야 할 말을 반드시 해야 한다. 붙잡아야 한다.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 게 뭔지 알아요?"


"....."


"한 사람의 인생에 나타나서. 그 사람의 일부인 척하다가. 어느새 전부가 되어버렸을 때. 그때 사라지는 거예요. 지금 기다림 코치님이 하시겠다는 일이... 그런 거라고요."


".... 미안해."


"아뇨. 사과하지 마세요. 저는 기다림 코치님을 보낼 생각이 없고요, 크리스마스도... 같이 보낼 거예요....!"


그러자 그의 두 팔이 나를 강렬하게 끌어안는다. 그의 넓은 어깨와 가슴에 내가 폭 들어가 안긴다. 따스하고 포근하고 보드랍다. 그리고 또다시 풍겨져 오는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기.


"그럼 내가... 이런 사람이어도... 괜찮다는 거야?"


나도 팔을 들어 그의 등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그의 등을 다독이듯 어루만진다.


"그냥.... 코치님은... 코치님인 걸로 충분해요."


그는 나를 더 강하게 끌어안는다. 나의 온몸이 그에게로 밀착된다. 그에게서 강렬한 소유욕이 느껴진다. 이대로 나를 삼켜버릴 것만 같다.


이번에는 그가 나를 끌어안은 손을 풀더니 내 두 뺨을 감싼다. 소중한 보물을 어루만지는 느낌이다. 그의 눈빛은 내 눈과 코와 입술을 차례대로 탐닉한다.


"괜찮아요...?" 내가 묻자, 그는


"한수아가 키스해 주면... 괜찮을 것 같은데."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 중저음이 오묘하게 흐물거리며 귓바퀴에서 회전한다.


나는 그의 부드럽고 도톰한 핑크빛 입술에 살포시 입술을 댄다. 그러자 그의 입술이 공격적으로 내 입술을 덮는다. 집어삼킬듯한 움직임은 어쩐지 화가 난 것만 같다.


"음... 음... 어...."


그가 쉴 틈을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키스를 해 오는 통에... 나는 점점 숨이 가빠진다.


"하..."


내가 숨을 내쉬자 그는 하던 키스를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왜? 숨 막혀...?" 어두운 차 안에서 미소를 짓는 그의 얼굴. 세상의 모든 방해물을 도려내 버릴 듯한 날카로움이 심장이 짜릿하도록 섹시하다.


"네.... 숨이 좀... 막...."


내가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다시 입술을 덮쳐온다. 그의 손은 나의 허리를 가볍게 끌어안는다. 손이 가슴이나 다른 민망한 부위들로 가지 않는 게 오히려 지켜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대신 그는 나를 또다시 격하게 끌어안으며 그에게로 밀착시킨다. 내가 조금 헉헉거리자 그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리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한수아."


"네...?"


"한수아."


"왜요."


".... 한수아."


"...... 자꾸 부르시면 대답 안 할 거예요."


"사랑해."


"......"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


"아..."


"그래서..."


'뭐지...?'


왜 자꾸 사랑한다는 말이. '사랑해'라는 말이 '잘 있어'처럼 들리는 걸까.


"그래서.... 내가 너무..."


"너무.. 뭐요?"


"너무.. 미안해."


"아뇨. 미안한 건 저죠. 그동안... 제가 코치님한테...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도움을 많이 받았잖아요."


"그건.. 내가 좋아서... 내가 한수아를 좋아해서 한 일인데."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고마워요. 이제는 제가... 코치님.. 아니 오빠한테... 잘할 기회를 주세요."


"... 방금 뭐라고 했어?"


"네?? 아... 그러니까 제가 잘할 기회를..."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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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바다주 대표▫소설가 | 뮤지컬 작가▫️제 10회 통일로가요제 대상 수상 작사가 |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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