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로맨스 표지 진수지 @kalimakeanother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야."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그게 절반 정도는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존재해서는 안 된다니요.... 귀신... 같은 거예요?" 애써 웃음을 지어 본다.
"내가... 언젠가 말해 줘야겠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사실 나는...."
그때, 석촌호수 위로 폭죽 하나가 '펑' 하고 떠오르더니, 몇 개의 커다랗고 아름다운 폭죽이 연달아 터지기 시작한다. 지난번 오호선과 함께 있었을 때와는 다른.... 낭만적인 폭죽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왜 자꾸만 위태로운 느낌이 낭만을 뒤덮으려 하는 것일까.
"저 사람. 기다림 아냐?"
낯선 목소리가 왼쪽에서 들린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지나가던 여고생이 기다림을 삿대질하며 서 있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 자신이 알아본 인물이 정말 기다림이 맞는지를 확인해 달라는 표정을 짓는다.
"맞는 것 같은데?"
'역시... 구독자가 많다 보니까....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 건가....?'
"그만 가는 게 좋겠어요."
내가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잠깐만. 나... 할 얘기 있어."
그는 선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애처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여기서 말고요. 사람들 없는 데로 가요."
* * *
"미안해. 나 때문에...."
"아녜요. 황제훈 때문이죠....."
우리는 기다림의 차 안으로 돌아왔다. 차 안에서 바라보는 밤하늘도 나름의 낭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의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달과 위성뿐이라지만, 어쩐지 오늘만큼은... 기다림을 바라보는 나의 눈동자가 그들 보다도 빛나고 있었다. 회피형인 내가 처음으로 용기를 내서 고백한 날.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불길한 느낌이 드는 것일까. 스스로를 존재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밝히는 그가.... 정말로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아서.
"그냥... 한수아랑 조용히 데이트... 하고 싶었어."
"생각보다 빨리 소문이 퍼진 것 같아요. 황제훈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기다림씨에 비해 적어서.... 그냥 해프닝으로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일단 내 인지도가 있는 것도 있고...."
그는 한숨을 쉬더니 잠시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본다. 내 쪽에서는 그의 뒤통수만 보여서 표정을 확인할 수가 없다.
"왜요... 잠깐 이 쪽 봐봐요. 혹시 우세요?!?!?!?"
"울기는...!!"
그가 고개를 휙-하고 돌리더니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어쩔 줄 모르겠다는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왜.. 요...?"
"한수아... 얼굴을 보니까 그래도... 기분이 좀... 풀리는 거 같아서...."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한수아. 내가 어떤 사람이든지... 나랑 사귀겠다는 그 마음... 변함없는 거야?"
"어떤 사람인데요?"
"나는...."
"잠깐만요. 지금 어떤 상황인지 인터넷 좀 보고요. 막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있는 거 아닐까요..."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초록색 인터넷창을 켜 보려고 했다. 하지만 기다림이 내 손을 막는다. 내가 인터넷을 통해 무언가 보거나 찾게 될까 봐 재빨리 막는 눈치였다.
"핸드폰 기사 말고.... 내 입으로... 직접 들려주고 싶어."
나는 핸드폰을 조작하던 손을 멈추고 그를 지긋이 응시한다. 그와 사귀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그에게 고백을 한 순간부터.... 그의 얼굴이 이전보다도 더 환하고 달콤하게 느껴진다. 그의 뺨을 어루만지고 싶어진다.
"네. 알겠어요."
"사실 나는...."
눈치 없는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한다. 웬만해서는 무시할 생각으로, 누구로부터 오는 전화인지를 확인한다.
[황제펭귄 황제훈]
'뭐야... 왜 황제훈이....?'
도무지 무시할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의 전화.
"황제훈인데요?"
".... 받지 마."
"왜요? 이 참에... 왜 그랬는지 따져봐야겠어요. 그리고 명예훼손으로 신고한다고 겁 좀 줘야겠어요."
"아냐... 안 받아도 돼."
"오호선씨 때도 그랬잖아요. 우린 매번 가만히만 있잖아요."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좋은 상황인 경우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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