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사실 꽃잎이의 본명은 따로 있다. 어떤 이름을 붙일지 한참 고민하다가, 공방에서 꽃으로 그림을 그리던 중 '꽃잎이'라고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토피로 얼굴이 부분 부분 붉게 물든 꽃잎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쪽에서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에는 아주 약간의 허구가 섞여 있다.
그런데 이 원고를 거의 마무리해 갈 즈음, 그러니까 어제 낮잠을 자다가 깼을 때, 말 하나가 불현듯 떠올랐다. '꽃잎아가.' 잠이 덜 깨 몽롱한 채로 그 말을 자꾸 되뇌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말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러다 출근 준비를 바쁘게 하는 와중에 드디어 생각이 났다. 꽃잎아가는 바로 엄마의 온라인 닉네임이었다. 엄마에게 분노의 메일을 보내고 몇 줄 안 되는 답장을 받은 날, 그 와중에 닉네임이 오묘하게 예쁘다며 무슨 뜻일까 생각했었다.
내 안에 있던 꽃잎아가가 꽃잎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건지, 몇 달 동안 하루 종일 꽃잎이만 생각하다 보니 잠결에 불쑥 떠오른 건지, 확실치 않다. 이제는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는 나의 옛 앨범에는 엄마가 연필로 대고 그린, 아가 시절의 내 작은 발 모양과 손 모양이 있었다. 그리고 예쁜 원피스를 입은 내 사진들이 여러 장 있었고, 유난히 예쁘게 나온 사진은 크게 확대되어 꽂혀 있었다.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던 시간 동안 나는 꽃잎이에게 유난히 사랑을 줬다. 혹시 엄마도 그 시절 그랬던 걸까? 그 앨범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던 아이에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았던 엄마는 자신에게 꽃잎아가라는 사랑의 이름을 붙임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달랬는지도 모른다.
지금 바로 옆에서 나의 꽃잎아가가 밥 달라고 재촉을 한다. 나는 그 작은 몸을 안아 올리며 문득 세상의 수많은 꽃잎아가들을 떠올린다.
‘당신은 사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