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번째 아침이다. 우리는 아침 일찍 레이알 광장으로 이동했다.
레이알 광장은 이전에 방문했던 카탈루냐 광장에 비해 작게 느껴졌다.
카탈루냐 광장에는 비록 하얀 옷의 광대가 있었지만 그래도 넓고 시원한 느낌이었다면, 레이알 광장은 작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였다.
첫날에 일이 트라우마로 남아 주변을 살폈지만 다행히 돈을 요구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이 광장에는 꽤 많은 야자수가 있었다. 그 야자수 때문인지 분명 바르셀로나에 있었지만 동남아에 온 듯하였다. 유럽의 광장에서 동남아가 떠오른다니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기가 막힐 일이다...
하지만 다행히 가운데에 있는 분수를 보고 여기가 유럽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였다.
하지만 그 외에도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가로등이었다.
여기의 가로등은 모양이 상당히 독특하였다. 가로등 아래에 하프처럼 생긴 장식이 달려있었고, 위로는 여섯 방향으로 뻗은 조명이 있었다. 꼭대기에는 새 모양의 장식까지 얹혀있었다.
색깔도 평범하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검은색이나 회색 같은 무채색이 아니라 분홍빛으로 꾸며 워낙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독특한 색채였다.
이 독특한 작품의 주인공은 누구겠는가..?
찾아보니 역시나 가우디였다. ( 또 당신인가요..? 가우디...)
바르셀로나 시에서 가로등 제작을 의뢰받아 제작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가로등의 뚜껑은 그리스로마신화의 헤르메스의 투구를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아니... 신을 믿는다는 사람이... 그리스로마신화의 신을 모티브로 해도 되는 건가...??
한참을 광장에서 서성이다가 우리의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밥을 먹으러 가보자!'
우리가 찾아간 곳은 레이알 광장에 있는 **Les Quinze Nits**라는 식당이었다.
네이버에서 찾아본 맛집이었다. 스페인에 왔으니 빠에야를 먹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한국에서도 빠에야를 먹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본토에서 먹는 빠에야는 또 다를 것 같았다.
메뉴를 살펴보다가 유독 눈에 띄는 음식이 있었다. 먹물 빠에야였다.
새까만 모습이 신기했다. 평소 먹물 요리를 자주 먹어본 것도 아니었으니 이번 기회에 먹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주문한 빠에야는 팬째 나왔다.
정말 새까맸다. 새우와 조개 같은 해산물도 올라가 있었는데, 먹물이 워낙 진해서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먹물을 아낌없이 넣었나 싶었다.
얼마나 새까만지 한 입 먹고 친구와 대화를 하는데 입 밖에 안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먹물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상당히 녹진했다. 한국에서도 빠에야를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먹었던 맛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해산물의 맛과 향이 훨씬 진하게 느껴졌다.
또한, 쌀도 특이했다.
우리나라의 쌀은 자포니카형 중 맵쌀로 쌀알이 통통하지 않고, 전분이 많은 종으로 젓가락으로 집어도 떠질 정도의 찰기를 갖고 있는 쌀이다. 하지만 빠에야는 '봄바(Bomba)'라는 품종의 쌀로 같은 자포니카형이지만 쌀알이 통통하여 우리나라 맵쌀과는 확연히 다른 쌀이었다.
나는 볶음밥을 만들 때도 얇고 작은 맵쌀보다는 신동진쌀처럼 굵직한 쌀을 사용하는 것이 더 맛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내 취향에 이 빠에야의 쌀알은 꽤나 잘 맞았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을 살짝 고민하게 만든 것이 있었으니...
짰다...
해산물의 향이 진하게 올라왔고, 먹물 특유의 비릿한 향도 꽤 강했지만 무엇보다 간이 세다는 게 확 느껴졌다.
진짜 거짓말 안치고 바닷물로 쌀을 불렸나 싶을 정도였다.
녹진한데 짜기까지 해서 음료가 없으면 계속하여 먹기에는 조금 힘들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