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요강은 따로 있었을까?

by크눌프

요강에도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꽤 흥미로운 질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변기는 남녀가 따로 쓰지 않는다. 화장실이라는 공간을 구별할 뿐이다. 하지만 옛날에는 집 안에 변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그릇 하나를 두고 용변을 해결했다. 그렇다면 사람의 몸과 옷차림, 용변을 보는 자세에 따라 그릇의 모양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실제로 고대의 유물 가운데는 이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이 있다. 백제의 호자가 대표적이다. 호랑이 모양을 한 독특한 용기로, 일반적인 그릇과는 다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남성이 앉아서 용변을 보는 데 사용한 변기로 해석되기도 한다. 우리가 앞서 호자를 살펴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성은 어떤 그릇을 사용했을까? 여성에게도 남성과 구별되는 변기나 요강이 있었을까?


여기서부터는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여성용으로 추정되는 고대의 변기나 요강이 소개되기도 하지만, 특정한 유물이 여성만 사용한 물건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유물의 형태를 살펴보면 어떤 용도로 만들었는지 짐작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지까지 알아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용으로 보이는 모양이라고 해서 반드시 여성만 사용했다고 할 수는 없고, 남성용으로 해석되는 유물도 실제 사용법을 완전히 밝혀 주지는 않는다.


이런 점에서 요강은 흥미로운 역사적 소재다. 역사에는 기록으로 남은 것보다 기록되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 특히 배설처럼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적인 일은 기록의 대상이 되기 어려웠다. 왕이 무엇을 먹고 어떤 병을 앓았는지는 기록에 남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이 밤에 어떤 자세로 요강을 사용했는지까지 적어 놓은 기록은 찾기 어렵다. 결국 우리는 남아 있는 유물을 살펴보고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짐작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과 추측을 구별하는 일이 중요하다.


조선시대의 요강으로 시선을 옮기면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인다. 당시에는 도기와 질그릇뿐 아니라 놋쇠나 자기로 만든 요강도 사용했다. 재료와 형태는 다양했지만, 요강은 기본적으로 방 안에서 용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 생활용품이었다. 집 밖의 뒷간까지 가기 어려운 밤이나 날씨가 좋지 않은 때에는 특히 요긴했을 것이다. 여성에게는 옷차림이나 이동의 제약 때문에 요강이 더욱 편리하게 쓰이는 상황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요강이 여성만의 물건이었던 것은 아니다. 남성 역시 필요에 따라 요강을 사용했다.


여기서 가마 이야기가 다시 나온다. 조선시대 여성의 이동과 요강을 함께 살펴보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생활의 한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먼 길을 가마로 이동할 때 화장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오늘날처럼 도로 곳곳에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던 시대가 아니었다. 길을 가다 용변이 급해졌다고 해서 언제나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요강을 휴대하거나 가마 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면 이동 중의 불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다만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요강을 준비하고 사용했는지는 구체적인 기록이나 자료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마 안에 요강을 두고 이동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옛날 여성들의 여행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우리는 가마를 떠올릴 때 화려한 옷차림이나 혼례 행렬, 높은 신분의 사람들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가마를 탄 사람도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며 화장실에 가야 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신분이 높다고 해서 몸의 필요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요강은 바로 그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물건이었다.


물론 누구나 같은 요강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 요강의 재료와 모양에는 차이가 있었다. 소박한 질그릇이나 도기로 만든 요강이 있는가 하면, 놋쇠나 자기로 만든 요강도 있었다. 재료와 장식, 만듦새를 살펴보면 집안의 경제적 형편이나 취향이 드러나기도 한다. 같은 용도로 쓰는 물건이라도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얼마나 공을 들여 제작했는지에 따라 모습이 달라졌다. 요강은 신분과 경제적 차이가 일상생활의 물건에 어떻게 나타났는지 보여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남자의 요강과 여자의 요강은 따로 있었을까?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만으로는 남녀가 각각 어떤 형태의 요강을 사용했는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특정 유물이 여성용으로 추정된다는 사실과 실제 여성들이 어떤 요강을 사용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여성의 옷차림이나 생활환경을 고려하면 남성과 다른 형태의 용기가 필요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가능성만으로 과거의 생활을 확정할 수는 없다. 역사에서는 ‘그랬을 것이다’와 ‘그랬다는 기록이 있다’ 사이에 적지 않은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답을 확실하게 내릴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질문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가 과거의 일상에 관해 얼마나 모르는지를 보여준다. 왕의 정바카라과 전쟁, 유명한 인물의 행적은 기록과 연구가 축적되어 있지만, 사람들이 집 안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몸의 문제를 해결했는지는 상대적으로 알려진 것이 적다. 요강처럼 흔하고 사소한 물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낸다.

옛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이 용변을 해결해야 했다. 집 밖의 뒷간을 이용하기 어려우면 방 안에 요강을 두었고, 먼 길을 떠날 때면 이동 중에 화장실을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했을 것이다. 시대가 달라지고 생활환경이 바뀌어도 사람의 몸이 지닌 기본적인 필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요강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왕이나 장군의 이야기는 우리와 멀리 떨어진 과거처럼 느껴지지만, 요강을 사용하던 사람들의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가깝다. 아무리 높은 신분의 사람이라도 밤에는 용변을 해결해야 했고, 먼 길을 떠날 때면 화장실을 걱정해야 했다. 그들의 방 한구석에도 그런 순간을 해결해 주는 작은 그릇 하나가 놓여 있었다. 요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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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여성용 요강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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