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강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할머니 댁 장롱 옆에 놓여 있던 놋요강이나, 밤중에 화장실에 가기 귀찮을 때 사용하던 작은 단지 같은 것이 떠오를 것이다. 요즘에는 거의 볼 수 없는 물건이지만, 요강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무려 백제에도 요강이 있었다.
백제 사람들은 이 물건을 조금 특별한 이름으로 불렀다. 호자(虎子)였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호랑이 새끼’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름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백제의 호자는 호랑이 모습을 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도 백제의 토제 호자가 한 점 소장되어 있는데, 분류상 ‘위생용구’로 되어 있다. 그렇다. 귀여운 호랑이 모양의 토기는 장식품이 아니었다. 요강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진다. 왜 하필 요강을 호랑이 모양으로 만들었을까? 이 이야기를 따라가려면 백제보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호랑이 모양의 호자가 만들어졌다. 중국의 옛 기록인 『서경잡기』에는 한나라 때 시종이 호랑이 모양의 그릇을 들고 다니며 황제가 소변을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호랑이 모양의 그릇이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실제로 이동식 변기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다. 그러니까 ‘호랑이 새끼’라는 이름의 그릇에 오줌을 누었던 셈이다.
백제에서도 이런 호자가 발견된다. 부여 군수리 유적에서 출토된 토제 호자가 대표적이다. 몸을 살짝 일으킨 호랑이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의 호자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백제에서 토기로 다시 만든 것이다. 고구려에서 발견된 호자와 비교하면 백제의 호자는 조금 더 부드럽고 귀여운 인상을 준다. 그런데 아무리 귀엽게 생겼어도 용도는 아주 현실적이었다. 국가유산 지식이음에서는 이 유물을 남성용 변기로 추정하고 있으며, 백제 사비기에 왕족이나 귀족 같은 사람들이 이동식 변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물로 설명한다.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호자는 한두 점 발견된 특이한 물건이 아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백제 호자는 40여 점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모두 호랑이 모양인 것도 아니다. 새 모양이나 다른 동물 모양, 병 모양 등 여러 형태가 발견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습도 달라졌다. 통일신라 이후에도 호자는 귀족이나 승려들 사이에서 사용되었는데, 점차 호랑이의 형태가 단순해지면서 나중에는 처음의 호랑이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꽤 재미있는 일이다. 사람은 아주 오래전부터 밤에 화장실에 가는 일을 귀찮아했던 모양이다. 지금은 침대에서 일어나 몇 걸음만 걸으면 화장실에 갈 수 있다. 하지만 옛날에는 사정이 달랐다. 집 안에 화장실이 없는 경우도 많았고, 화장실이 집에서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한밤중에 밖으로 나가야 한다면 번거로운 것은 물론이고 겨울에는 추위까지 견뎌야 했다. 그러니 방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변기가 필요했다. 요강은 바로 그런 생활의 필요에서 나온 물건이었다.
그런데 백제의 호자를 보면 사람들이 아무 그릇이나 가져다 놓고 사용했던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왕족이나 귀족처럼 신분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배설을 위한 물건에도 나름의 모양과 장식이 더해졌다. 소변을 받아내는 그릇 하나를 만들면서 호랑이의 모습을 입힌 것이다. 요강도 그 시대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 자신들의 취향이나 신분을 드러내는 물건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요강’의 모습도 조금 달라진다. 요강은 조선시대 할머니의 놋요강에서 갑자기 등장한 물건이 아니다. 백제의 호자에서 통일신라의 호자로 이어지고, 훗날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놋요강과 사기요강으로 이어지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요강은 거의 사라졌다. 집 안에 화장실이 있고, 물을 내리기만 하면 배설물은 하수관을 따라 사라진다. 굳이 방 안에 작은 변기를 하나씩 놓아둘 이유가 없다. 하지만 옛사람들에게 요강은 꽤 중요한 생활용품이었다. 그리고 그 오래된 요강의 역사 한가운데에는 호랑이 한 마리가 있었다. 웅크린 몸에 고개를 살짝 돌린 작은 호랑이. 박물관 유리장 안에 놓인 모습을 보면 처음에는 귀엽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용도를 알고 나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 호랑이는 백제 사람이 밤중에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 볼일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요강이었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가끔 이런 순간을 만난다. 왕의 전쟁이나 거대한 궁궐이 아니라, 사람들이 밤에 어디에서 오줌을 누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유물 하나가 오히려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을 훨씬 생생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