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 20
그날 저녁,
돌아선 철이의 등을 보며
연은 끝내 한마디를 더 삼켰다.
싫은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꾸 오지 말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다음 날도 연은
평소처럼 미용실 문을 열었다.
거울을 닦고, 수건을 개고,
빗을 정리했다.
파마약 냄새가 가게 안에 번졌다.
오후가 조금 기울 무렵,
문이 열렸다.
딸랑.
연은 손님 머리에 롯드를 말다가
고개를 들었다.
철이였다.
짙은 남색 작업복 차림,
소매 끝에 밴 기름때,
하루치 피곤이 묻은 얼굴.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연의 손이 잠깐 멈췄다.
“오빠.”
철이가 조용히 연을 봤다.
“내 어제 말 못 들었나?”
가게 안 공기가 순간 조용해졌다.
손님도 괜히 거울만 들여다봤다.
철이는 금방 대답하지 않았다.
연은 괜히 수건 끝을 더 반듯하게 잡아당기며
낮게 말했다.
“이래 자꾸 오지 마라.” “……”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거, 내 하나로도 충분하다.”
철이 얼굴이 잠깐 굳었다.
연은 끝내 그 눈을 오래 못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오빠까지 괜히 같이 욕먹을 필요 없다.”
“연아.” “내는 지금 누구 반길 형편도 아이다.”
철이는 한참 뒤에야 낮게 말했다.
“알겠다.”
그 한마디가
오히려 연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철이는 더 머물지 않았다.
보리차도 마시지 않고
그냥 문을 열고 나갔다.
딸랑.
문이 닫히고 나서야
연은 숨을 내쉬었다.
손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는 사람이가.”
연은 고개를 숙인 채
롯드만 다시 만졌다.
“예. 그냥… 동네 사람입니더.”
손님은 더 묻지 않았다.
그날 밤 연은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잘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야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문을 닫고 돌아서는 철이 어깨가
자꾸 눈앞에 남았다.
다음 날, 연은 평소보다 더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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