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 18
미용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딸랑, 문 위에 달린 작은 종이 낮게 울렸다.
연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손님 머리끝을 정리하던 가위가
마지막 선을 따라 한 번 더 움직였다.
철컥.
손끝이 먼저 알았다.
누가 들어왔는지,
고개를 들기 전부터
마음 한쪽이 먼저 알아보았다.
연은 거울 속으로 문 쪽을 봤다.
거기, 문턱 안쪽에 철이가 서 있었다.
예전보다 어깨가 조금 더 넓어졌고,
얼굴은 더 까칠해져 있었다.
잘 웃던 입매는 잠시 다물려 있었고,
눈 밑에는 오래 잠을 못 잔 사람
같은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래도
연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골목 끝에서 늘 자기를 기다리던 사람.
오래 잊지 못했던 사람.
연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
하지만 손끝이 떨리지는 않았다.
“다 됐습니더.”
연은 손님 어깨에 둘렀던
수건을 가볍게 털어냈다.
잘린 머리칼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손님은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만족한 얼굴로 웃었다.
“와, 연아. 끝선이 딱 맞네.”
“괜찮으십니꺼?”
“응. 많이 낫다.”
손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돈을 꺼내다가
문 쪽을 한번 힐끗 보았다.
그러고는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손님 더 있나 보네. 내는 간다.”
“조심해서 가이소.”
문이 닫히자
가게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햇빛은 창가 쪽 거울 위에
비스듬히 걸려 있었고,
삶아 말린 수건에서는 아직도 볕 냄새가 났다.
연은 손에 쥔 빗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철이는 여전히 문 쪽에 서 있었다.
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왔나.”
철이 아주 잠깐 웃었다.
그 웃음은 예전보다 느렸고,
조금 더 지쳐 있었다.
“오랜만이다.”
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할 말은 많았지만
입 밖으로 바로 나오는 말은 별로 없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