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이 먼저 기억한 길

연이 16

by재니

연은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길고 가는 손가락.

일곱 해 동안 밥을 짓고 수건을 삶느라

머리를 만질 일은 거의 없었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니

손끝 어딘가가 먼저 기억하는 것 같았다.

“와예?”

어머니가 다시 물었다.

대문 밖에서는 옆집 여자가

괜히 미안한 사람처럼 말했다.

“내 머리가 너무 부해서예.

잠깐만 다듬어주면 안 되겠나 싶어서…”

연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흔하디 흔한 말이었다.

머리 좀 해달라는 말.

그런데 이제는

자기 손이 아직도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어머니가 문갑 아래서 꺼낸

낡은 미용 도구 상자를 연 쪽으로 밀었다.

“할 수 있겠나.”

위로도 재촉도 아닌 말이었다.

된다, 안 된다를

네가 말해보라는 얼굴이었다.

연은 손잡이를 꼭 쥐었다.

“...해볼게예.”

대문이 열리고

옆집 여자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어머니는 마루 한쪽에 의자를 놓고

삶아 말린 흰 수건을 가져왔다.

수건에서는 햇빛 냄새가 났다.

연은 손님의 어깨에 수건을 둘렀다.

빗을 들고 머리칼을 천천히 넘겼다.

손은 처음엔 조심스러웠고,

가위를 드는 순간엔 더 조심스러웠다.

철컥.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연은 잠깐 숨을 멈췄다.

오래전 자기 가게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듣던 소리였다.

철컥. 철컥.

두 번째 소리가 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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