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 14
대문을 나선 뒤에도
연은 한동안
자기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보자기는 가벼웠다.
일곱 해를 살고 나온 짐이
이렇게 가벼울 수 있나 싶었다.
그래서 더 몸이 비어 있는 것 같았다.
골목은 그대로였다.
햇빛은 담벼락 위에 걸려 있었고,
어디선가 밥 짓는 냄새가 났다.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연만 제 몫의 저녁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
친정 대문 앞에 섰을 때
연은 바로 문을 두드리지 못했다.
이 집을 떠난 지도 벌써 오래였다.
시집가던 날, 어머니는 등을 펴고 서 있었고
오빠는 말없이 짐을 들어주었다.
그때만 해도 연은 다시 이 문으로
이런 모습으로 들어오게 될 줄 몰랐다.
한참 만에 안에서 문이 열렸다.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문밖에 선 연을 한번 보고,
손에 든 보자기를 한번 보고,
아무 말 없이 비켜섰다.
“들어오너라.”
차라리 왜 왔노, 무슨 일이 있었노,
그렇게 물었으면 덜 아팠을지도 몰랐다.
연은 고개를 숙인 채 문 안으로 들 어갔다.
집 안은 예전과 달랐다.
낡은 장롱과 문갑은 그대로였지만
사람 사는 기척이 더 많아져 있었다.
안방 쪽에서는 작은 아이 우는 소리가
잠깐 났다가 그쳤다.
연의 발이 거기서 잠깐 멈췄다.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막내가 방금 잠들었는데
금세 또 깼나 보다.”
막내. 그 말이
연의 가슴에 작게 박혔다.
연보다 스물네 살이나 어린 동생.
어머니가 늦은 나이에 본 아이였다.
시집가고 몇 해 지나
친정에서 아이를 봤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연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놀랍기도 했고,
조금은 민망하기도 했고,
이유 없이 마음 한쪽이 서늘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아이 울음소리가
유난히 더 크게 들렸다.
자기는 아이를 못 낳아 돌아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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