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스며드는 마음

연이 11

by재니

그날 아침, 연은 시어머니보다 먼저 눈을 떴다.

방 안은 아직 어두웠다. 창호지 너머로 새벽빛이

엷게 스며들고 있었다.

연은 이불을 조심히 걷고 방문을 열었다.

부엌은 아직 고요했다. 전날 불려 둔 쌀이

한쪽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연은 잠깐 서 있다가 찬장 앞으로 갔다.

밥그릇은 둘째 칸. 국그릇은 그 옆.

수저는 오른쪽 서랍.

이번에는 찬장 문을 다시 열지 않았다.

그릇을 꺼내 식탁 위에 조심히 놓는데

뒤에서 시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 벌써 나왔나.”

연은 얼른 돌아섰다.

“예. 잠이 깼습니더.”

시어머니는 식탁 위를 한번 보고 작게 웃었다.

“인자 손이 좀 붙었네.”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연은 괜히 밥그릇 가장자리를

한 번 더 가지런히 맞췄다.

잠시 뒤 안방 문이 열리고 준호가 나왔다.

하얀 셔츠에 반듯한 넥타이.

막 세수하고 나온 얼굴에서 비누 냄새가 났다.

준호는 자리에 앉아 식탁 위를 한번 둘러봤다.

“어머니, 오늘은 제가 늦잠 잔 셈이네요.”

시어머니가 웃었다.

“니는 맨날 바쁘지. 오늘은 아가가

먼저 나와가 상 다 봐뒀다.”

준호의 눈이 연에게 잠깐 닿았다.

국을 한 숟갈 뜬 준호가 천천히 삼켰다.

“맑고 좋네요.”

시어머니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간은 아가가 봤다.”

준호가 다시 연을 봤다. 짧게 웃었다.

“그래요? 제 입에는 딱인데요.”

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숟가락 자루만 가만히 만졌다.

대단한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손끝이 조금 따뜻해졌다.

아침상을 물리고, 준호의 출근길을 배웅하자

시어머니가 장바구니를 챙겼다.

“아가, 같이 장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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