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집의 낯선 아침

연이 10

by재니

젖은 수건이 입가를 스쳤다.

둘째 아이는 조심스레 연의 턱 아래를 받치고,

흘러내린 침을 닦아냈다.

“엄마, 내가 닦아줄게.”

연은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하얀 수건이었다.

삶아서 말린 천 특유의 냄새가 났다.

그 감촉이 닿는 순간

연의 마음속 어디선가

오래전 아침 하나가 조용히 들춰졌다.

그날도 수건은 희었다.

새로 삶아 널어둔 수건들이

마당 한쪽 빨랫줄에서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 서 있던 스물두 살 연이는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처음 보는 집의 아침 냄새를 맡고 있었다.

결혼하고 처음 맞는 아침이었다.

부엌에서는 벌써 물 끓는 소리가 났다.

연은 이불 끝을 만지작거리다 몸을 일으켰다.

낯선 방에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샌 터였다.

문밖으로 나가려는데

시어머니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아가, 더 자지 와 나왔노.

오늘은 첫날인데 내가 할 끼다.”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런데 ‘아가’라는 말이

연에게는 아직 제 옷 같지 않았다.

불편한 곳에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시집오기 전날 어머니가 몇 번이나 당부한 말이

연의 발을 붙들었다.

시어머니보다 무조건 일찍 일어나라.

무조건 도와드린다고 해라.

하라는 대로 해라.

“아닙니다. 제가 도와드릴게예.”

시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웃었다.

단정한 얼굴이었다.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았고,

앞치마끈도 반듯하게 묶여 있었다.

“아직 아가는 서툴 텐데 뭘 도와주노.

천천히 배워도 된다.”

말은 다정했지만

연은 자꾸 어깨를 오므리게 되었다.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할게예.”

“그라면 밥그릇 좀 꺼내주라.

아, 아니지. 그건 저쪽 찬장 둘째 칸이다.

우리 집은 그릇 놓는 자리도 늘 정해져 있거든.”

시어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연은 “예” 하고 대답했다.

찬장 문을 열었다 닫고,

다시 열었다.

그릇은 많았고

자리는 낯설었다.

“아가, 국은 내가 할 테니

계란 좀 풀어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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